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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에너지 대기업 엑슨모빌이 셰일오일 기업인 파이어니어내추럴리소시스를 인수하면서 ‘규모의 경제’ 효과를 톡톡히 누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 인수합병(M&A)이 마무리되면 엑슨모빌은 미국 최대 유전 지역인 퍼미안 분지(텍사스 서부~뉴멕시코)에서 생산 능력을 강화할 수 있게 된다.
대형 셰일오일 기업 품은 엑슨모빌
엑슨모빌은 파이어니어를 595억달러(약 80조5000억원·주당 253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고 지난 11일 발표했다. 파이어니어 주주들은 주당 엑슨모빌 주식 약 2.3주씩 받는다. 양사는 이 거래가 내년 상반기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했다.
1997년 설립된 파이어니어는 미국의 석유·가스산업 중심지인 퍼미안 분지에 기반해 성장한 회사다. 퍼미안 분지에서도 에너지 매장량이 풍부한 미들랜드 지역의 광구를 확보한 회사다. 파이어니어는 2021년 파슬리에너지와 더블포인트에너지 등 다른 퍼미안 분지의 셰일업체를 110억달러에 인수하면서 덩치를 키웠고, 텍사스주에서 손꼽히는 규모의 에너지 기업이 됐다.
이런 파이어니어를 인수하면서 엑슨모빌은 퍼미안 분지에서의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 파이어니어 인수는 엑슨모빌 역사상으로도 손꼽히는 ‘빅딜’이다. 1999년 엑슨과 모빌이 합병해 지금의 회사명으로 재탄생했다. 이후 2009년 410억달러를 들인 천연가스 기업 XTO에너지 인수를 마지막으로 빅딜에 나서지 않았다.
엑슨모빌이 파이어니어를 인수할 수 있었던 이유는 막대한 ‘실탄’이다. 엑슨모빌은 지난해 유가 급등에 힘입어 사상 최대 순이익(590억달러)을 거뒀다.
퍼미안 분지의 지배자 되나
로이터통신은 “엑슨모빌의 파이어니어 인수가 최종 성사되면 퍼미안 분지에서 엑슨모빌이 단번에 절대적인 위치로 올라설 것”이라며 “엑슨모빌은 서부 최고의 석유회사로서 입지를 강화할 수 있다”고 전했다. 파이어니어 인수를 통해 엑슨모빌이 퍼미안 분지에서만 하루에 130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할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다. 특히 파이어니어가 퍼미안 분지에 보유한 미(未)시추 광구 수도 경쟁사 가운데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진 만큼, 엑슨모빌의 파이어니어 인수는 경쟁사들의 불안을 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017년 취임한 대런 우즈 엑슨모빌 최고경영자(CEO)는 줄곧 회사의 총 생산량을 늘리는 데 주력해왔다.알라스테어 심 씨티그룹 애널리스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파편화된 퍼미안 분지의 셰일산업을 통합한다는 점에서 설득력 있는 거래”라며 “규모의 경제를 통해 상당한 이득을 얻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긍정적인 투자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리서치회사 서드브리지의 피너 맥널리 애널리스트도 “그간 미국 걸프 연안의 다운스트림 사업에만 수십억달러를 투자한 엑슨모빌이 파이어니어를 인수한 것은 합리적 결정”이라며 “퍼미안 분지에서 업스트림 재고 증가세가 둔화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굴착 장비 수를 늘리고 새로 탐사 및 시추에 나서는 대신 (이미 광구를 확보한) 파이어니어와 같은 업체를 인수해 엑슨모빌 정유소 등에 원유를 공급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파이어니어 인수를 발표한 뒤 JP모간체이스는 엑슨모빌 목표주가를 137달러로 올렸다. 제프리스는 상향한 목표주가로 140달러, 미즈호증권은 139달러를 제시했다. 발표 전날인 10일 엑슨모빌 종가는 110.45달러였다. 그러나 엑슨모빌이 거액의 인수가를 내면서 재무 부담이 커질 것이란 우려도 있다. 16일(현지시간) 엑슨모빌의 종가는 109.95달러로 인수 발표를 전후해 큰 변화가 없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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