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교전 중인 이스라엘을 전격 방문한다. 확전 가능성이 커지는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이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풀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바이든 대통령의 방문 소식이 전해진 뒤 이스라엘은 하마스를 상대로 지상전을 펼치지 않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국제사회에서 인명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이스라엘의 셈법이 더욱 복잡해진 모습이다.
현재 가자지구에 발이 묶인 민간인의 대피로 개방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전날만 해도 미국과 이집트, 이스라엘이 약 여덟 시간에 걸쳐 가자지구와 이집트를 연결하는 ‘라파 국경 통행로’를 재개방하기로 합의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러나 곧바로 이스라엘과 하마스 등이 부인했다.
민간인 대피가 늦어지는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의 이스라엘 방문이 결정되자 지상전이 더 연기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대해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우리가 이스라엘에 작전 지시를 내리는 건 아니다”며 즉답을 피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방문이 결정되자 이스라엘은 하마스와 지상전을 펼치지 않을 수 있다고 시사했다. 17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 방위군(IDF) 대변인 리차드 헤흐트 중령은 “우리는 다음 단계의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며 “모두가 (가자지구) 지상 공격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것은 뭔가 다른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지상군을 투입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지만,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전면전을 막기 위해 치열한 외교전을 펼치면서 이스라엘의 전략에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이란의 개입으로 전장이 확대될 조짐도 보인다. 17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는 “우리는 가자지구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에 응답해야 하며, 대응해야 한다”며 “팔레스타인인을 겨눈 범죄와 관련해 심판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해 납치한 인질을 풀어주는 대가로 이스라엘에 수감된 팔레스타인인 6000명의 석방을 요구하고 나섰다. 하마스 전 수장인 칼레드 메샤알은 알 아라비 TV에 “6000명에 달하는 팔레스타인 남성과 여성이 시오니스트(유대민족주의) 감옥에 수감돼 있다”며 “우리는 이들과 교환하는 대가로 이스라엘 포로들을 풀어주겠다”고 말했다. 하마스 군사 조직 알카삼 여단의 대변인은 가자지구에 200~250명 사이의 인질이 있으며 알카삼 여단이 이 가운데 200명을, 다른 파벌이 나머지 인원을 통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인질이 199명으로 늘었다고 발표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신정은 기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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