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해수위는 상생협력기금이 조성된 이듬해인 2018년부터 올해까지 6년 동안 한 해도 거르지 않고 같은 이유로 기업인들을 국감장에 소환하고 있다. 기업의 자율적인 사회공헌을 무시하고 정치권이 일방적으로 만들어낸 기금에 출연을 압박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하지만 올해 8월까지 조성된 상생협력기금은 2147억원에 그친다. 이번 국감에 기업인들을 증인으로 신청한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업들이 한·중 FTA 시행이라는 급한 불이 꺼지자 슬그머니 시치미를 떼고 있다”며 “국민들이 보기에 인색하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추궁했다.
이런 장면은 2018년부터 매년 반복되고 있다. SK는 올해까지 6년 연속 증인 출석 요청을 받았다. 삼성전자는 다섯 차례, 현대차는 네 차례 증인으로 불려 나왔다. 농어촌에 지역구를 둔 의원들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매년 증인 신청을 하면서다.
2021년에는 국민의힘 소속 정점식 의원이 기업인을 증인으로 불러냈다. 정 의원의 지역구는 경남 통영·고성이다. 전남 고흥·보성·장흥·강진이 지역구인 김승남 민주당 의원은 아예 FTA 수혜 기업의 상생협력기금 출연을 의무화하고, 기간도 현행 10년에서 20년으로 늘리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해놓은 상태다. 안 의원도 이날 국감에서 기금 출연 실적이 지금처럼 저조할 경우 조성 기간을 연장할 필요가 있다며 으름장을 놨다. 안 의원의 지역구는 전북 완주·진안·무주·장수다.
삼성전자는 지난 6년간 상생협력기금에 61억원을 출연한 것 외에 사회공헌 차원에서 자체 농어촌 지원 사업을 하고 있다. 소외 지역에 최신 정보기술(IT) 기기를 지원하고 첨단 디지털 교육을 제공한다. 현대차는 임직원이 농어촌 특산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 같은 지원 사업은 기금 출연에 포함되지 않는다. 주 부사장은 “농어촌 지원 사업 규모를 금액으로 수치화해보진 않았지만, 상당한 액수”라며 “이런 지원이 기금 출연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달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기업 스스로 사회공헌 사업을 하는 게 더 낫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농해수위 관계자는 “기업이 상생협력기금을 매력적인 선택지로 느낄 수 있도록 제도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원종환/한재영 기자 won04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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