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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찾은 독일 헤센주 프랑크푸르트의 차일(Zeil) 거리. 한국의 명동에 비견되는, 프랑크푸르트에서 가장 번화한 쇼핑 거리인 이곳은 이른 시간부터 현지인과 관광객으로 북적였다. 그러나 차일 거리 중심부에 우뚝 솟은 갤러리아백화점으로 들어서니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에스컬레이터로 최고층까지 오르는 동안 한 층에 한 사람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한산했다.
2016년부터 이 백화점에서 주얼리숍을 운영하다가 그만두고 최근 한식당으로 전업한 한국인 이모씨는 한국경제신문 기자와 만나 “독일의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서면서 원래부터 생필품 외 소비는 최소화하는 등 검소한 독일인들이 더욱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며 “현재 운영하는 식당에서도 가격이 저렴하거나 할인하는 메뉴의 선호도가 높다”고 말했다. 갤러리아는 최근 3년 새 두 차례 파산보호를 신청했고, 내년 1월까지 전체(129개)의 40%에 해당하는 52개 매장 문을 닫을 계획이다.
침체한 분위기는 수출 현장에서도 감지됐다. 4일 독일 최대 항구도시인 함부르크의 수출항에서 만난 마티아스 슐츠 홍보담당 임원은 “인플레이션으로 재고가 급증하면서 수입업체 창고가 가득 찬 상태”라고 말했다. 올해 상반기 함부르크항의 화물 처리량은 5820만t으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5.8% 감소했다.
올해 독일은 주요 20개국(G20) 중 아르헨티나와 함께 유일하게 ‘역성장’할 전망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독일이 25년 만에 다시 ‘유럽의 병자’가 된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했다. 독일 경제의 추락은 다양한 구조적 병폐가 누적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에너지 정책 실패를 거론하는 이가 많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는 한경과의 인터뷰에서 “독일은 제조업 강국인데 너무 섣부르게 탈원전을 추진하는 바람에 산업 경쟁력이 추락했다”며 “비싼 에너지 가격 때문에 독일 기업이 하나둘 미국 프랑스 등으로 떠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프랑크푸르트·함부르크·하노버=장서우/허세민 기자 suw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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