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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발전의 '대우'를 놓고 반년 넘게 이어진 독일과 프랑스 간 갈등이 독일의 판정패로 일단락됐다. 유럽연합(EU)은 프랑스가 원전에도 국가 보조금을 지급해 에너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줬다.
EU 27개국의 에너지부 장관들은 17일(현지시간) 룩셈부르크에서 열린 에너지장관(이사회) 회의를 토대로 "전기요금 안정화 및 재생에너지 발전 확대 등을 골자로 한 EU 전력시장 개편안 협상안을 채택했다"고 밝혔다. EU는 개편안 시행을 위해 19일부터 이사회, 유럽의회, 집행위위원회 간 3자 협상에 돌입한다. 개편안이 유럽의회를 통과하면 최종적으로 법제화된다는 의미다.
이번 전력시장 개편안은 집행위가 지난 3월 초안을 발의한 뒤 이날 6개월여만에 이사회 문턱을 넘은 것이다. 원전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둘러싸고 독일과 프랑스 간 입장이 엇갈리면서 협상이 장기화된 탓이다. 개편안의 핵심은 발전사와 정부가 사전에 에너지 가격을 합의하고 차액에 대해서는 사후 정산하는 '양방향 차액결제거래(CFD)' 제도의 도입이다. 소매 전력 가격을 안정화하고,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체들에도 수익성을 보장하기 위해 마련됐다.
탈(脫)원전을 선언한 독일은 기존의 노후화된 원전에 대한 CFD를 반대했다. 프랑스의 원전 운영사 EDF가 국영 기업이라는 이유에서다. 원전에도 CFD를 도입하면 프랑스의 막대한 정부 보조금이 '불투명하게' 원전 분야에 투입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하고, 그로 인해 프랑스의 전력 가격이 더욱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다.
이는 프랑스의 산업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원전 의존도가 높은 프랑스는 '원전도 저탄소 에너지원'이라는 점을 들어 "재생에너지와 차별 대우를 받아서는 안 된다"고 맞섰다. 프랑스는 현재 전체 전력의 70% 가량이 원전에서 생산된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10일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를 핵심 의제로 논의하는 등 입장차를 좁히기 위해 노력해왔다.
특히 EU 순환의장국인 스페인이 '불이익 방지' 등의 추가 조치를 담은 타협안을 내놓으면서 협상에 물꼬를 텄다. 프랑스는 기존 원전의 수명 연장을 위한 CFD 도입을 보장받되, CFD로 원전에서 거둔 초과 수익을 산업체 등 소매 전력 소비자에게 환급할 수 없게 됐다. 또한 집행위는 보조금 혜택의 범위를 상세히 평가할 수 있는 권한을 갖기로 했다.
아그네스 파니에-뤼나르 프랑스 에너지장관은 "(원전을 인정한) 이번 합의는 EU 회원국들이 자체적인 '에너지 믹스'에 따라 기동력을 갖고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균형을 설정하는 타협안"이라고 말했다. 클로드 투르메스 룩셈부르크 에너지장관은 "유럽 산업, 특히 에너지 집약적 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전력 가격을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번 개편안 합의를 환영했다. 이번 회의에 참석한 EU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이 청정 전기에 대한 막대한 국가 보조금을 쏟아붓는 형국에 맞서야 하는 EU의 대응이 마침내 결실을 맺었다"고 강조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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