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사건 소송을 맡은 뒤 특별한 이유 없이 재판에 세 차례나 불출석해 피해자를 패소케 한 권경애 변호사가, 피해자 유족 측이 제시한 2억원의 위자료 청구가 과도하다며 재판부에 기각을 요청했다.
학교폭력 피해자인 고(故) 박주원 양(사망 당시 16세)의 어머니 이기철 씨는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충격'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권 변호사는 오늘도 출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씨에 따르면 권 변호사는 이날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한 조정 기일에 제기한 위자료 청구 소송에 출석하지 않고 "피고(권 변호사) 또한 이 사건과 관련해 사실관계를 언론에 공표함으로써 받은 정신적 충격이 크다"는 내용의 답변서를 제출했다. 권 변호사는 지난 12일 진행한 첫 조정기일에도 불참했다.
권 변호사 측은 답변서에 "원고가 주장하는 손해의 범위는 원고로부터 받은 수임료 총 900만원에 대해 과실을 따져야 한다"는 내용을 썼으며 법률 대리인은 "대법원으로 가도 이길 수 있는 사건이라고 판단되지 않으니 그 점을 감안해서 조정해달라"고 주장했다.
유족 측은 지난 4월 권 변호사의 행위와 법무법인 구성원의 연대책임을 지적하며 2억원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권 변호사는 2016년부터 이 씨가 서울시 교육감과 가해 학생 부모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변호인을 맡았다.
권 변호사는 1심에서 일부 승소했으나 2심에 세 차례 불출석해 원고 패소 판결을 받고도 이 사실을 5개월간 유족에게 알리지 않았다.
민사소송법에 따르면 항소심 소송 당사자가 재판에 2회 출석하지 않으면 1개월 이내에 기일을 지정해 신청할 수 있으며 이마저도 출석하지 않으면 항소가 취하된 것으로 간주한다.
권 변호사 측은 이날 재판부에 세 번의 변론 기일에 출석하지 않은 것은 건강상의 이유이며, 특히 세 번째 변론 기일에는 날짜를 착각해 출석하지 못했다는 내용의 경위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 변호사가 2차 조정 기일에도 불출석함에 따라 유족과의 조정은 일단 결렬됐다. 이날 당사자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법원은 조정에 갈음하는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만약 법원의 강제 조정 절차를 당사자 중 한쪽이라도 수용하지 않으면 다시 재판이 열린다.
이 씨는 권 변호사의 "법률대리인이 조정장에서 했던 발언이 심장을 짓누르고 귓가에 윙윙 울린다"고 울분을 토했다.
한편 권 변호사는 이번 소송과 별개로 지난 6월 19일 대한변호사협회 징계위원회에서 변호사법상 성실의무 위반으로 정직 1년 징계 처분받았다. 세 번의 변론 기일에 출석하지 않은 행태에 대해 일선 변호사들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듣도 보도 못했다"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권 변호사는 '조국 흑서(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 공동 저자이자 SNS서 조국 전 장관 비판을 활발히 해 온 인물이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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