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시장 침체기를 겪는 중국 제조사들이 롤러블(둘둘 말 수 있는)폰 등 새로운 이형(異形) 스마트폰 출시 채비에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폴더블폰 시장을 선점한 삼성전자에 대응해 차세대 롤러블폰 개발에 나서 스마트폰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롤러블폰 시장 선점하려는 中…내년 출시되나
18일 중국 정보기술 매체 IT즈자(之家) 등에 따르면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비보(Vivo)는 2024년 출시를 목표로 롤러블 스마트폰을 개발하고 있다. 국내에는 다소 낯설지만 현지 중견 스마트폰 제조사 촨인 역시 유사한 롤러블 스마트폰을 내놓을 계획으로 전해졌다. 촨인은 앞서 지난해 9월 시제품을 통해 롤러블 스마트폰을 공개한 바 있다. 해당 스마트폰은 상단 버튼을 누르면 약 1초 만에 6.55인치에서 7.11인치까지 커진다.촨인에 따르면 이 회사 롤러블폰에는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 차이나스타(CSOT)의 부품이 탑재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IT즈자는 "비보도 롤러블 스마트폰을 개발 중"이라며 "촨인과 동시에 (롤러블폰을) 출시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미 폴더블폰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경쟁하기 위해 롤러블 스마트폰과 같은 새로운 형태의 폼팩터(제품형태)를 개발해 빠르게 시장을 장악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스마트폰 외형은 변화하는 만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제조사들이 공을 들이는 부분이다. 갤럭시 플립의 경우 각도 조절이 가능해 일반 바(Bar) 형태의 스마트폰보다 훨씬 더 편리하게 영상 통화를 하는 등 용이하게 사용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2019년 첫 폴더블폰을 시작으로 시장 형성 초기에 진입해 현재 글로벌 전체 폴더블폰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폴더블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76.9%로 압도적인 1위다. 구글, 화웨이 등 중국 대기업이 후발주자로 폴더블폰 시장에 뛰어들고 있지만, 삼성전자를 추월하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술력과 경험 등에서 여전히 열위에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최근 새로운 롤러블 스마트폰과 같은 이형 스마트폰으로 고개를 돌리는 제조사들이 잇따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 '플렉스 하이브리드' 공개…애플 관련 특허 취득
롤러블폰은 LG전자가 2021년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개막 행사에서 전세계 최초로 선보인 바 있다. 당시 공개한 'LG롤러블(LG Rollable)'은 뜨거운 관심을 받았으나 그해 7월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 철수로 결국 세상에 나오지 못했다. LG전자는 지난달 폴더블 노트북 'LG 그램 폴드'를 출시해 판매 중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는 이르면 2025년 롤러블 스마트폰을 출시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수년 전부터 롤러블 관련 기술·상표 특허를 출원하는 등 '채비'에 나서고 있는 분위기다.
삼성전자 역시 롤러블폰 개발을 염두에 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2021년 5월 유럽특허청(EUIPO)에 '갤럭시Z롤'과 '갤럭시Z슬라이드'라는 상표를 출원했고, 지난해 초에는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에 '투명 롤러블 디스플레이'를 구동하는 두 가지 방식의 스마트폰에 대한 특허를 낸 바 있다. 이보다 앞선 2020년 11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당시 부회장) 손에 롤러블폰 추정 스마트폰이 포착돼 세간의 시선이 집중되기도 했다. 화면이 펼쳐지는 롤러블 또는 익스팬더블 디스플레이를 장착한 제품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1월 자회사인 삼성디스플레이가 CES 2023에서 화면이 접히는 폴더블과 화면이 늘어나는 슬라이더블을 합친 '플렉스 하이브리드'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를 고려하면 제품 출시를 위한 기술적 어려움은 크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쟁사 애플 역시 새로운 폼팩터가 적용된 기기 출시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7월 애플은 미국 특허청(USPTO)에 '롤러블 디스플레이를 갖춘 전자 장치'라는 이름의 특허를 등록했다. 화면을 마는 과정에서 디스플레이 손상을 방지하는 등 내용이다. 앞서 지난 5월에도 애플은 롤러블 디스플레이 관련 특허를 취득하는 등 다수의 특허를 따내 롤러블폰 개발을 시사한 바 있다.
롤러블폰은 다양한 크기로 화면을 변형시킬 수 있어 기능적 측면에서 폴더블폰보다 휴대성이 좋다. 시장 조사 업체 서플라이체인(DSCC)에 따르면 2020년 10억달러(약 1조3400억원) 규모의 글로벌 롤러블·폴더블폰 시장은 2025년 1053억달러(약 133조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롤러블폰을 빠르게 출시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용자 경험을 얼마나 줄 수 있느냐'가 핵심"이라며 "현재는 폴더블폰 시장이 아직 성숙하지 않았기 때문에 새로운 롤러블폰이 출시되더라도 당장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예의주시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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