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불평등의 주범이 아니다.”
<학교의 재발견>이 주장하는 바다. 이 책을 쓴 더글러스 다우니는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사회학과 교수다. 부유한 학생들이 많이 다니는 이른바 ‘좋은 학교’가 학생들을 더 우수하게 만들고, 어른이 된 이들이 사회적으로 성공하면서 불평등이 증폭된다는 통념을 반박한다.
저자가 이렇게 말하는 이유가 있다. 미취학 아동의 학업 성취도를 보니, 벌써 잘 사는 집 아이들과 못 사는 집 아이들 사이에 격차가 나타났다. 저자는 학교가 격차를 만들어 낸 것이 아니라, 입학 전에 이미 존재하는 격차가 이어지는 것이라고 분석한다.
오히려 학교가 학습 불평등을 줄인다고 주장한다. 학교에 다니는 동안 두 계층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 격차가 줄어들었다는 것이 이유다. 그는 2000년대 초반 미국 교육부가 수집한 ‘초기 아동기 종단 연구(ECLS-K:1998)’ 자료를 분석했다.
사회경제적 지위 상위 20%와 하위 20% 학생들의 국어 성취도 격차는 유치원 때 0.64점이었지만 8학년(중학교 2학년) 때는 0.55점으로 줄었다. 수학도 마찬가지였다. 여기서 사용한 성취도 점수는 표준화 점수인 ‘세타 점수’다. -4에서 4까지 범위로 평가한다.
책의 주장은 어느 정도 상식적이다. 그동안 우리는 학교에 너무 많은 것을 바랐다. 학업 성취도에 있어 불만족스러운 부분을 학교 탓, 선생 탓으로 돌렸다. 저자의 주장처럼 사회 불평등을 학교 책임으로 돌리는 것을 그만두고, 근본적인 불평등을 줄이는 데 노력을 기울여야 할지 모른다.
한편으로 책의 주장에 쉽게 수긍이 가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상반된 연구 결과가 많기 때문이다. 올해 7월 라지 체티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 등이 공동 연구해 내놓은 논문이 그런 예다.
아이비리그와 같은 미국 명문대 입학처는 학업 성적 외에 연극, 토론, 신문사 활동 등 과외 활동도 눈여겨본다. 이런 활동은 주로 부유한 계층의 아이들이 다니는 사립학교에서 많이 한다. 논문에 따르면 비종교 사립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은 공립학교에 다니는 비슷한 학업 자격을 갖춘 학생들보다 ‘아이비 플러스’ 대학에 입학할 가능성이 2배 더 높았다.
책에 나오는 통계 분석이 구체적이지 않은 점도 문제다. 저자는 일반 독자를 위해 어려운 통계 분석 방법을 가능한 말로 풀어 썼다. 몇 개의 그래프만 있을 뿐이다. 책의 주장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인다며 이걸로 충분하지만, 저자가 어떻게 분석했는지 이해하고 싶은 독자에겐 자료가 턱없이 부족하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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