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케이는 18일 ‘키오시아와 WD의 경영 통합 교섭에 대해 키오시아에 간접 출자한 한국의 SK하이닉스가 난색을 보인다’고 보도했다. 현재 키오시아와 WD는 낸드플래시 사업을 분리한 뒤 키오시아홀딩스를 설립해 경영을 통합하는 방안을 조율 중이다. 홀딩스 지분은 키오시아가 49.5%, WD가 50.5%를 가져갈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 2분기 기준 키오시아의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은 19.6%로 세계 2위다. WD는 세계 4위(14.7%)다. 점유율을 단순 합산하면 34.3%로 SK하이닉스(17.8%)는 물론 세계 1위 삼성전자(31.1%)를 앞선다.
두 회사의 경영 통합엔 키오시아에 간접 출자한 SK하이닉스 동의가 필요하다. 키오시아 지분 구조는 베인캐피털이 주도한 한·미·일 컨소시엄이 56.2%, 도시바가 40.6%, 일본 기업 호야가 3.2%를 들고 있다.
SK하이닉스는 2018년 5월 3조9159억원을 들여 키오시아 지분 25.9%를 보유한 베인캐피털 펀드 ‘BCPE LP’의 지분 73.5%를 확보했다. 단순 환산하면 키오시아 지분 19.0%를 보유한 셈이다. 여기에 키오시아 지분을 최대 15% 추가 확보할 수 있는 전환사채(CB·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채권)를 쥐고 있다. 합치면 단순 지분율이 34%에 달한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지난 1월 기자들과 만나 “우리가 가진 키오시아 지분을 보통주로 전환하면 약 40%에 이를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키오시아와 WD는 통합 법인 설립 후 상장을 추진 중이다. SK하이닉스는 지분 매각을 통해 투자이익을 실현할 수 있다. 6월 말 기준 키오시아 지분가치는 5조309억원에 달한다. 그런데도 SK하이닉스가 경영 통합에 반대하는 것에 대해 ‘키오시아에 대한 영향력 감소를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란 관측이 나온다. SK하이닉스 내부에선 키오시아와의 긴밀한 사업 협력뿐만이 아니라 장기적으론 M&A를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WD와의 경영 통합이 이뤄지면 SK하이닉스의 전략은 무력화될 가능성이 크다. SK하이닉스는 “현재까지 동의 의사를 전달하지 않았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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