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장 5개(연면적 9만6000㎡), 3층 규모로 지어질 인천 송도 삼성바이오로직스 5공장 건설 현장은 골조 공사가 한창이었지만 철근이나 거푸집은 보이지 않았다. 초고층 빌딩 높이(109m)의 크롤러 크레인이 회색 기둥과 벽체를 날라 레고처럼 조립하고 있었다. 일부 대형 세포배양기(바이오리액터)도 이미 설치됐다. 착공 6개월 만에 공정률을 32%까지 끌어올린 이 현장엔 삼성의 세계 최고 반도체 공장 건설 노하우가 곳곳에 녹아 있었다.
스피드와 품질이 생명인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산업에서 경쟁자를 따돌리는 ‘초격차’ 전략인 셈이다. 공기 단축 비결은 공장을 조립해 완공하는 ‘모듈식 건축기법’과 삼성바이오로직스만의 ‘쿠키컷 공법’에 있었다. 쿠키컷이란 같은 모양의 쿠키를 찍어내듯 특정 디자인을 반복 사용해 건설하는 방식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1~4공장은 조금씩 다르게 지었지만 5~8공장은 표준화할 계획이다. 노 부사장은 “공장 설비의 구조와 형태가 표준화하면서 시간과 비용이 절감된다”며 “의약품 제조의 까다로운 검증 절차 부담도 공장시설 표준화로 덜 수 있다”고 말했다.
5공장의 또 다른 특징은 무인 자동화다. 우선 공장 내부에 로봇이 다니는 길과 사람이 다닐 길을 분리하고 30여 대 물류 자동화 로봇을 도입했다. 바이오의약품 클린룸에 이런 시스템 도입은 전례 없는 일이다. 화학물질 노출 위험이 있는 작업을 로봇에 맡기고, 수작업에 의존하던 화학물질 주입도 무인충전시스템으로 전환해 업무 효율을 50% 높일 계획이다.
생산능력은 현재 60만4000L(제1캠퍼스)에 72만L(제2캠퍼스)가 더해져 총 132만4000L에 달할 전망이다. 2022년 기준 세계 바이오의약품 CDMO 수요(201만L)의 65%에 달하는 수준이다. 노 부사장은 “항체의약품 시장은 연평균 10% 이상 성장할 것으로 보여 공급과잉 우려는 없을 것”이라며 “2032년 시장점유율 30% 유지가 목표”라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글로벌 바이오업계 자금 경색에도 선방하고 있다. 글로벌 대형제약사 매출(항체의약품)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역대 최대 수주를 기록하면서 올해 매출 전망치를 전년(3조13억원)보다 20% 증가한 3조6016억원으로 높였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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