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만원 주식이 5만원대로…84% 추락보다 무서운 '무관심' [신현아의 IPO 그후]

입력 2023-10-21 09:05   수정 2023-10-21 09:25

'역대' 수치를 갈아치우며 공모주 새역사를 썼던 SK바이오사이언스. 코로나19 후광이 사라지면서 주가가 고점 대비 무려 80% 넘게 하락했다. 제약·바이오 산업 침체기가 장기화한 데다 적자 지속 문제로 투자자들의 관심은 더 식어만 갔다. 한때 400만건에 육박하던 거래량은 이제 만 단위 수준으로 급감했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K바이오사이언스는 전날 5만8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상장 후 종가 기준 5만원대 주가는 이번이 처음이다. 주가는 공모가(6만5000원)보다도 낮아졌다. 코로나19 백신주로 부각되면서 36만원대로 최고점을 썼지만, 현재 주가는 그때와 비교해 84% 추락한 상태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최대주주는 SK케미칼(올 6월 말 기준 지분율 68.18%)이다.
엔데믹 후폭풍…36만원 주식이 5만원대로

SK바이오사이언스는 2020년 SK바이오팜, 하이브(옛 빅히트), 카카오게임즈 등 대형 기업공개(IPO) 주자들의 잇단 흥행으로 공모주 열풍이 불던 때 등장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한창이던 2021년 공모주 시장에 뛰어들면서 백신 생산주로서 높은 관심을 받았다. 일반투자자의 청약 접수 기간 은행 신용대출과 마이너스 통장 잔액이 급증했을 정도였다.

흥행 기대감이 컸고,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회사는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 경쟁률(코스피 기준), 공모 규모, 청약 건수·증거금 모두 역대 최대·최고치를 기록했다. 공모 규모는 1조5000억원으로 2017년 넷마블(2조6617억원) 이후 4년 만에 가장 컸다.

2021년 3월 18일 유가증권 시장 상장 후 36만2000원까지 치솟았지만, 코로나 확산세가 둔화하면서 백신 접종 규모가 감소한 데 따른 실적 악화는 불가피한 수순이었다. 국산 1호 코로나 백신 '스카이코비원'도 개발했지만, 백신 수요가 저조한 상황에서 실적에 큰 보탬이 되지 못했다. 결국 새로운 파이프라인만이 살길이었다.

올 들어서도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내년 금리 정점에 대한 기대감이 퍼지면서 바이오 업황이 되살아날 것이란 기대감도 있었지만, 주가는 연초 이후 전날까지 20.54% 하락했다. 코로나 일일 확진자가 5만명을 넘기면서 재확산 우려가 커지던 지난 7~8월 주가가 장중 8만원을 웃돌았지만 반짝에 그쳤다. 적자 지속에 대한 부담이 주가를 짓눌렀다. 상장 첫날 28위를 기록했던 코스피 시가총액 순위는 현재 73위로 추락했다.
살길 찾아 과감한 투자…적자 지속 불가피

실적은 2021년 매출 9290억원, 영업이익 4742억원으로 2018년 회사 설립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후 매해 감소했고, 상반기 연결 기준 매출은 471억원을 전년 반기 대비 79% 줄었다. 영업손실 규모는 645억원으로 같은 기간 적자전환했다. 3분기는 노바벡스와의 위탁생산 계약 종료에 따른 정산액 유입으로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호실적이 예상되지만, 연간 단위론 올해 전년 대비 적자전환할 것이란 전망이 대부분이다. 회사 입장에서는 창립 이래 연간 기준 첫 적자가 될 수 있다.

최근 새로운 수익원 발굴을 위해 연구개발 등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하고 있단 점에서 이같은 적자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올 상반기 말 기준 회사의 연구개발비는 608억7000만원으로 전년 반기(542억6200만원) 대비 12.1% 증가했다. 매출은 작년 상반기보다 대폭 줄었지만, 오히려 투자는 늘렸다. 상반기 연구개발 비용은 매출액을 넘어섰다. 당장의 적자를 감수하더라도 중장기적인 수익원을 확보하기 위해 과감히 투자에 나선 것이다.

회사는 백신 개발에 사활을 걸었다. 올 4월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연구개발 투자에만 향후 5년간 1조2000억원을 투입하겠다고 했다. 중장기 성장 전략으 △차세대 폐렴구균 백신 △인유두종바이러스 백신 △재조합 대상포진 백신 △범용 코로나 백신 △호흡기 세포융합 바이러스 백신 등 5개 파이프라인을 제시했다. 당시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사장은 "이들 파이프라인에 대한 개발이 성공적으로 이뤄진다면 최대 수조원 단위까지 매출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올해 연간 영업손실은 28억원으로 손익분기점(BEP)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내년에도 증가한 고정비 및 판관비를 상쇄할 수 있는 실적 부재로 적자전환이 전망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당분간 실적보다는 공격적인 투자가 예고된 만큼 보유한 현금의 활용 여부가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동권 SK증권 연구원은 "2023년 이후 지속적인 연구개발비 증가에 따른 판매관리비 상승을 감안하면 영업적자 기록은 불가피할 것"이라며 "이같은 영업적자 추세는 2024년, 2025년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어 "현시점에서는 단기 실적보다는 중장기 실적 방향성의 가늠가 될 투자나 신사업 성과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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