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보다 분위기가 안 좋은 것 같아요. 기존 실거래가보다 2000만~3000만원 낮춘 급매물도 찾는 사람이 없어요.”(부산 동구 범일동 A공인 관계자)
부산 아파트값이 지방 광역시 중 유일하게 마이너스 곡선을 이어가고 있다. ‘미분양 무덤’으로 불린 대구마저 상승 전환한 것과 대비된다. 신규 분양과 노후 재건축 아파트 매수세는 살아났지만, 준공 10년 이상 된 구축 아파트 급매물이 쌓이는 등 시장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2만5000여 가구에 이르는 입주 물량도 가격을 짓누르는 요인이다.
지방 광역시도 마찬가지다. 대전은 지난 7월 셋째 주 0.02%를 나타내며 지방 광역시 중 제일 먼저 상승 전환했다. 8월 첫째 주엔 울산(0.01%)과 대구(0.03%)가 잇따라 상승세로 방향을 틀었다. 광주도 지난달 셋째 주(0.02%) 이후 내림세가 멈췄다.
구축 아파트와 신축 아파트 간 가격 차이가 벌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부산 동구 좌천동 ‘두산위브범일뉴타운’(2006년 준공) 전용면적 84㎡는 최고가(4억8000만원·작년 3월)보다 30% 떨어진 3억3500만원에 지난달 손바뀜했다. 전국적으로 매수세가 얼어붙은 올초 거래가(3억7500만원)보다 낮은 가격이다. 이에 비해 강서구 강동동 ‘호반써밋 스마트시티’ 전용 84㎡ 분양권은 8월 최고가인 5억6326만원에 팔렸다. 한 대형 건설사 분양팀장은 “부산은 노후 주택이 집중된 구도심이 많아 새 아파트 선호도가 다른 지역보다 높다”며 “올해 분양시장은 호조를 보이지만 상대적으로 기존 아파트시장은 침체 양상”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입주 물량이 몰린 것도 집값 약세 요인으로 꼽힌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부산의 입주 물량은 2만5000여 가구에 이른다. ‘레이카운티’(4470가구), ‘백양산롯데캐슬센트럴’(2195가구), ‘더비치푸르지오써밋’(1384가구) 등 대단지가 다음달부터 집들이에 나선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상급지 갈아타기, 신축 선호 등에 따라 상승 거래가 이뤄지는 지역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매물이 적체돼 있다”고 말했다.
부산 부동산시장 전망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윤 위원은 “내년에는 입주 물량이 1만5000여 가구로 줄어드는 만큼 가격 반등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대출 금리가 오르고, 경기 전반에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며 “전반적인 주택 수요가 많지 않아 회복에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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