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동주민센터 대신 보건소와 보건지소 등에서 도움이 필요한 고령층을 중심으로 관리하는 ‘건강동행센터’(가칭)를 권역별로 구축하기로 했다. 시범사업이 잘되면 찾동 서비스를 대체할 방침이다.
찾동 사업은 2014년 송파구의 세 모녀가 스스로 생을 마감한 일을 계기로 위기 가구를 전수조사해 관리하겠다는 취지로 시작됐다. 오세훈 시장 기조에 따라 지난 4월 ‘찾동’의 명칭을 ‘동행센터’로 바꿨고 복지 건강 상담에 중점을 두고 있다. 하지만 한 명을 고용해 수백 가구의 사정을 세세히 돌볼 수 있다는 아이디어 자체가 비현실적이었다. 안부전화를 돌리는 담당자를 두느라 인건비가 많이 들지만 효율성은 떨어진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건강동행센터는 지역 내 민간 의원과 보건소 간호사, 영양사 등이 한 팀을 이뤄 대상자를 관리하는 선별 복지 모델이다. 동네 의원에 내원하는 건강 고위험군을 찾아내고 의료 서비스 이용이 어려운 건강 취약계층은 방문 건강관리 사업을 통해 관리하겠다는 취지다. 시범사업 단계를 거친 뒤 찾동 사업을 대체하겠다는 게 시의 구상이다.
찾동 사업은 2015년 시범사업으로 시작해 2019년 서울 전역으로 확대됐다. 필요한 사람이 직접 신청해야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사각지대가 발생하자 동주민센터에서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찾아 나서자는 ‘발굴주의’를 도입했다. 복지플래너(복지직 공무원)와 찾동 간호사가 한 팀을 이뤄 동 내 모든 65세 및 70세 도래자, 양육수당 수급 가정에 방문해 건강 상담과 초기 건강 평가를 하고 사회복지사가 복지 서비스를 연계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취지는 좋았다. 문제는 실행을 위해선 엄청난 행정력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담당 직원들은 복지 대상자에게 연락을 돌려 대상자를 발굴하고, 이들을 분류했다. 집중관리군은 3개월 이내 8회 이상 방문, 정기관리군은 3개월마다 1회 이상, 자기역량지원군은 6개월마다 1회 이상 방문해 관리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실제로는 효과가 크지 않았다. 윤영희 서울시의원(국민의힘)이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방문 간호 사업의 1년 사업비는 410억원에 이르고, 방문 간호사들의 월평균 급여는 500만원 수준이었다. 그러나 간호사 공무원 1인당 전화 상담을 포함한 방문 건강관리 건수는 하루 평균 3.4건에 그쳤다. 특히 ‘서울 아기 건강 첫걸음’ 사업은 간호사 공무원 한 명의 하루 건강관리 건수가 0.6건에 그쳤다.
제도 설계도 부실했다. 보건소에서 파견 나온 간호사는 혈압과 혈당을 측정하는 수준의 의료 처치만 할 수 있고, 주민센터 소속 간호직 공무원은 혈당 확인조차 할 수 없었다. 한 주민센터 관계자는 “이럴 거면 왜 뽑았는지 모르겠다고 호소하는 간호사들도 있었다”고 전했다.
시는 시범사업을 추진할 자치구를 찾고 있다. 지난 6일 회의에는 강북구, 은평구, 서대문구, 구로구, 금천구, 강동구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르면 내년 상반기께 자치구 내에 권역별 센터를 개소할 예정이다. 이병철 서울시 보건의료정책과장은 “어르신들이 살던 곳에서 오랫동안 생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라며 “다학제적인 건강관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펼쳐나가겠다”고 설명했다.
최해련/이상은 기자 haery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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