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은 이날 충북대에서 ‘생명과 지역을 살리는 필수의료혁신 전략회의’를 주재하고 “무너진 의료 서비스 공급과 이용체계를 반드시 바로 세우겠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러면서 “임상 의사뿐 아니라 관련 의과학 분야를 키우기 위한 의료인도 양성해야 하고, 장시간 근로 문제를 해소해 진료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의대 정원 확대와 관련해 의료계와 각을 세우기보다 각종 인센티브를 제시해 의료인 양성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지방 국립대 병원을 서울 ‘빅5’ 병원 수준으로 키워 지역 및 필수의료를 강화하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 수준인 의사 수를 늘리는 방안을 발표했다. 윤 대통령은 “국립대 병원을 필수의료 체계의 중추로 육성해 지역 의료 붕괴를 막아야 한다”며 “재정 투자를 통해 (국립대 병원의) 중증질환 치료 역량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국립대 병원과 지역 내 병원이 협력하는 네트워크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국립대 병원의 필수의료 분야 교수 정원을 늘리고 총인건비와 정원 등 공공기관 규제를 혁신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국립대 병원의 총인건비 증가율은 연 1~2%에 그쳤다. 국립대 병원 소관 부처는 교육부에서 복지부로 바뀐다.
윤 대통령은 “국민을 위한 정책 효과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현장 의료인 및 전문가들과 충분히 소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산부인과와 소아과 등 필수 분야에 인력이 유입될 수 있도록 법적 리스크 부담을 완화할 것이고, 보험수가 조정 및 보상체계 개편이 아울러 뒷받침돼야 한다”며 “장시간 근로문제를 해소해 진료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 관계자는 “의료계가 제시한 요구사항 등도 충분히 반영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료진에 대한 무리한 소송을 줄이고, 의료사고 발생 시 의료진에 대한 과도한 법적 책임 부과를 합리적으로 조정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윤 대통령은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한 보건 의료 분야에 정부가 돈을 더 많이 쓰겠다”고 말했다.
다만 정책 방향성 자체는 흔들리지 않을 것임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의료 혁신의 목적은 국민을 위한 것”이라며 “필수 및 지역 의료체계 정상화는 지금 시작된 것이 아니라 대선 공약이자 국정 과제였고, 정부 출범 초기부터 시작한 것”이라고 못 박았다. 아울러 “이런 걸 추진하다 보면 혹시 선거에서 손해보지 않겠느냐는 걱정을 하는 분이 있는데, 선거를 위한 정치가 아니라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해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의료계와 소통하겠다고 밝히면서도 정책 추진을 지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는 게 참모들의 설명이다. 윤 대통령은 “소통을 더 많이 하려고 하지만, 소통만 해서 되는 게 아니라 추진하면서 소통해야 한다”며 “소통을 하면서 계속 주판알을 두드리면 앞으로 나갈 수 없기 때문에 속도감 있게 나가면서 관련 분야에 있는 분들과 소통해야 가장 국민에게 유리한 방안이 나온다”고 말했다.
도병욱/이지현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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