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메리츠증권이 이화전기 매도 논란, 임직원들의 내부정보를 이용한 사익편취 등에 휩싸이면서 모회사인 메리츠금융지주 주가가 흔들리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투자자들은 배당을 기대하며 주식을 보유하겠다는 반응이다. 증권가에서도 메리츠금융지주가 국내 금융사 중 가장 우수한 자본 정책을 제시하고 있다며 매수를 추천했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메리츠금융지주는 5만11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달 들어 주가는 7.43%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가 2% 빠진 것과 비교해 하락 폭이 컸다. 메리츠금융지주의 주가 하락은 개인과 외국인이 영향을 미쳤다. 이달 들어 개인과 외국인은 각각 약 29억원, 약 18억원 순매도했다.
이달 들어 메리츠증권과 관련한 불미스러운 소식이 연거푸 전해지자 메리츠금융지주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신도 커지는 분위기다.
지난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최희문 메리츠증권 대표이사가 이화전기 거래 정지 사태와 관련해 증인으로 소환됐다. 메리츠증권은 2021년 이화전기가 발행한 40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에 투자했다. 이화전기는 김영준 이화그룹 회장이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되자 지난 5월10일 주식 거래가 정지됐다.
메리츠증권은 이화전기 거래 정지 하루 전에 보유 중이던 주식 5838만2142주(지분율 32.22%) 전량을 매도했다. 이를 통해 약 90억원 규모 차익을 실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시장 일각에선 메리츠증권이 내부정보를 미리 알고 주식을 전부 매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최 대표는 이화전기 거래정지를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의혹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화전기의 주식거래가 정지되기 3주 전 이화전기에 전환 신청했다"며 "신청하는 순간 회사의 담보권이 상실되는데 거래가 정지될 것이란 사실을 알았다면 전환 신청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보다 앞서 메리츠증권은 기업금융(IB) 본부 직원들이 직무정보를 활용해 수십억원의 이득을 챙긴 사실도 드러났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1일 현직 증권사 IB 본부 직원들이 업무상 알게 된 내부 투자검토 심의자료 등을 이용해 해당 전환사채(CB)에 본인과 가족, 지인 등 명의로 투자해 수십억원 상당의 수익을 거뒀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금감원은 "이번 검사 결과 확인된 사익추구 행위 등에 대해 엄정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기업금융 과정에서 다른 사적 추구행위 개연성이 존재하는 만큼 메리츠증권에 대한 추가 검사를 통해 집중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논란에도 메리츠금융지주 주식을 계속 보유하겠다는 의견이 나온다.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주주환원 정책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앞서 메리츠금융지주는 배당 및 자사주 매입 소각을 포함해 연결기준 순이익의 50%를 주주에게 돌려주는 것을 원칙으로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메리츠증권은 지난 4월 메리츠화재와 함께 메리츠금융지주로 통합됐다. 은행 없이도 단숨에 우리금융을 제치고 금융지주 시가총액 4위를 차지했다. 이후에도 실적과 통 큰 주주환원책으로 주가가 오르면서 시총이 12조원에 근접하기도 했다.
네이버 종목토론실에서 한 투자자는 "배당을 잘 주니 주가가 떨어져도 불안하지 않다"며 "장기 보유하면서 배당이자 받아 노후 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증권가에서는 메리츠금융지주가 국내 금융사 중 가장 우수한 자본 정책을 제시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보통 배당주에 대한 투자매력은 4분기 이후부터 부각되기 시작한다. 배당주는 증시 조정기간에 하방경직성 보이며 코스피 대비 상대적 강세를 뚜렷하게 보인다. 특히 지금과 같이 증시 불안국면에서는 안정적 투자처로 매력이 부각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메리츠금융지주는 연간 최소 6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과 소각이 예상되는데 이는 한해 평균 주식수를 7.6%씩 감소시킨다는 측면에서 주당 환원율은 지속적으로 상승할 수 밖에 없다"며 "이는 다시 기업 가치 상승으로 반영돼 궁극적으로 전체 주주 가치를 끌어올리는 선순환 효과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투자증권은 안정적인 이익 체력과 주주환원율을 근거로 메리츠금융지주의 목표주가를 6만5000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메리츠금융지주는 지난달 21일 2조1500억원 규모의 자본준비금의 이익잉여금 전환을 결정했다. 배당가능이익의 확보 목적으로 중기 주주환원정책의 일환이다.
임희연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결정과 연간 순이익 감안 시 올 연말 기준 배당가능이익은 3조1000억원으로 추정된다"며 "연말 현금배당액 약 4000억원 제외 시 내년 자사주 매입 한도는 약 2조7000억원으로 올해 대비 자사주 매입 여력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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