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이 임직원들과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 3주기 추모음악회를 관람했다.
20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전날 이 회장은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차세대 반도체 연구개발(R&D) 단지 건설 현장을 점검한 후, 경기도 용인 소재 삼성전자 인재개발원 콘서트홀에서 열린 선대회장 3주기 추모 음악회에 참석했다.
이날 음악회에는 이 회장을 비롯해 홍라희 전 관장, 이서현 이사장, 삼성 사장단과 임직원, 인근 주민, 협력회사 대표 등 1000여명이 참석해 함께 고인을 기렸다.
이 회장은 공연장에 들어서며 입구에 부착된 아버지의 사진을 바라보며 홍 전 관장과 짧은 담소를 나눴다. 직계 가족인 세 사람 모두 검은 계열의 옷을 갖춰 입은 모습이었다.
참석자들이 착석한 가운데 차례로 공연장에 입장한 이 회장 등 유족은 나란히 객석에 앉았다. 공연에 앞서 현장에서 추모 영상이 상영되자, 홍 전 관장의 눈시울이 붉어졌고 이 이사장은 이내 눈물을 훔쳤다.
이 회장은 입술을 굳게 다문 채 깊게 생각에 빠진 듯 했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출장으로 해외에 있어 참석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추모 음악회에는 올해 삼성호암상 예술상을 수상한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조성진을 비롯해 박수예 바이올리니스트, 이해수 비올리스트, 한재민·이원해 첼리스트, 박재홍 피아니스트 등 한국을 대표하는 연주자들이 다수 참여했다.
조성진 피아니스트는 한국인 최초로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한 세계 클래식 음악계의 '젊은 거장'이다. 국제 무대에서 한국 음악계의 위상을 높인 공로를 인정받아 올해 '삼성호암상' 예술상을 수상했다.
현악기 연주자인 박수예, 이해수, 한재민, 이원해 등은 삼성의 악기 후원 프로그램을 통해 세계적인 명품 현악기를 대여받아 사용 중인 음악계의 '신성(新星)'이다.
이 선대회장은 생전 문화와 예술에 남다른 애정을 갖고, 기업도 문화 발전에 관심을 갖고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인은 에세이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에서 "(문화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보통 사람들의 일상적인 생활에서 문화적인 소양이 자라나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선진국들처럼 박물관, 전시관, 음악당 등 문화 시설을 충분히 갖추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화적인 경쟁력은 하루아침에 생기는 것이 아니다"라며 "기업들은 사회 전체의 문화적 인프라를 향상시키는 데 한몫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 선대회장의 '문화 인프라' 육성 의지에 따라 삼성은 적극적으로 문화예술 지원 활동을 해왔다. 재능 있는 예술 인재를 선발해 해외 연수를 지원하고, 백건우와 백남준, 이우환 등 한국 예술인들의 해외 활동을 후원했다. 삼성호암상 예술상도 수여하고 있으며, 세계적인 명품 악기를 무상으로 대여하는 '삼성 뮤직 펠로우십'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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