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 장관' 유인촌, 지방 다니며 현장 행보 본격화

입력 2023-10-21 08:00   수정 2023-10-21 08:11


12년만에 문화체육관광부로 다시 돌아온 유인촌 문체부 장관이 지방 현장을 연달아 다니며 본격적인 현안 챙기기에 나섰다. 장관 취임 후 처음으로 광주, 남원 등 지역 공공·소속기관을 찾아 이전 재임(2008~2011년) 시절 추진한 사업의 경과를 직접 점검했다.

유 장관은 지난 20일 광주 광산동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을 방문했다. ACC는 광주를 문화 수도로 만들겠다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공약 사업으로 추진됐다. 옛 전남도청 부지에 조성돼 지상에는 옛 도청 건물을 복원하고, 지하에 공연장 및 전시장 등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앞서 2008년 유 장관 재임 시절 첫 삽을 떠 공연장과 전시장 등은 2015년 개관했다.

유 장관은 이곳 첫 일정으로 '옛 전남도청 복원지킴이 어머니' 11명을 만났다. 복원지킴이 어머니는 5·18민주화운동 당시 희생자와 부상자들의 가족으로 이뤄져 최후 항쟁지인 옛 전남도청의 원형복원을 추진하는 단체다.

이 단체 소속 추혜성 씨는 이날 유 장관과의 간담회에서 "과거 유 장관 재임 시절 도청 별관을 지키기 위해 농성을 했을 때 장관이 직접 다가와 이야기를 들어준 기억이 있어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며 "복원 사업을 잘 마무리할 수 있도록 끝까지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유 장관은 "10여년 전에 만났는데도 어머니들의 얼굴을 보니 다 기억이 난다"며 "복원 사업이 실수 없이 잘 마무리되고 그 안에 5·18의 역사가 잘 남겨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겠다"고 답했다.

이어 유 장관은 ACC 문화정보원, 문화창조원, 예술극장, 아시아문화광장, 창·제작 스튜디오 등 ACC 주요 시설을 살펴보고, 복합전시 6관에서 열리고 있는 '일상첨화' 전시를 관람했다. 이날 ACC에는 강기정 광주시장도 방문했다.



유 장관은 이날 광주 방문에 앞서 전북 남원에 있는 국립민속국악원도 찾았다. 앞서 2010년 남아공·나이지리아·튀르키예·이집트에서 열린 한국문화페스티벌 공연에 참여한 뒤 말라리아로 사망한 고(故) 김수연·고은주 무용단원을 추모하기 위해서다. 당시 문체부 장관으로 재직 중이던 유 장관은 국립국악원장(葬)으로 치러진 순직 단원 영결식에 참석해 고인에게 대통령 표창을 추서한 바 있다.

유 장관은 당시 재발 방지를 위해 '공무국외출장 관련 위기관리 요령'을 마련해 소속기관 및 산하 공공기관에 배포했다. 국립민속국악원은 유가족과 협의해 국악전시관 내에 추모공간을 설치·운영 중이다.

13년만에 이곳을 찾은 유 장관은 "두 사람을 기억하고 기릴 수 있는 공간이 이곳에 있어 의미 있게 생각한다"며 "앞으로 단원 여러분께서는 해외 공연 시 더욱 안전에 유의하고, 지역 공연을 확대해 국내외에 우리 문화 가치와 매력을 알리는 데 힘써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편 유 장관은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역은 지속적으로 다닐 것"이라며 "과거에는 지자체 문화 사업을 중앙에서 보조금을 주는 형식으로 지원하고 나머지는 자율에 맡겼다면, 이번 임기 동안에는 컨설팅을 하는 등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과정과 결과까지 좀더 섬세하게 챙길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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