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0월 20일 15:28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현대차·기아의 신용등급이 상향될 수 있다는 국내외 신용평가사의 전망이 나왔다. 반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직격탄을 맞은 저축은행·캐피탈·증권업의 내년 업황이 부진할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와 한국기업평가는 20일 ‘도전에 대응하는 한국경제’라는 제목의 세미나를 열고 이같이 말했다.
북미산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주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글로벌 경쟁 심화 우려에도 현대차·기아가 탄탄한 신용도를 확보하고 있다는 게 피치의 설명이다. 박정민 피치 연구원은 “현대차·기아는 재무적인 측면에선 신용등급 상향 조건을 충족한 수준”이라며 “시장 지위와 점유율 등이 크게 훼손되지 않는다면 신용등급 상향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피치는 지난 3월 현대차·기아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올렸다. 현재 ‘BBB+’인 현대차·기아의 국제 신용등급이 ‘A-’로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한기평은 지난 3월 기아의 신용등급을 ‘AA’에서 현대차와 같은 수준인 ‘AA+’로 상향 조정했다.
실적 개선세도 돋보인다. 현대차와 기아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각각 7조8306억원과 6조277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이지웅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판매대리점에 지급하는 대당 인센티브 확대 등으로 수익성이 다소 떨어질 수 있지만 AA급 신용도 유지는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저축은행·캐피탈·증권업의 신용 전망은 어둡게 평가했다. 강철구 한국기업평가 금융본부장은 “올해 저축은행·캐피탈·증권업에서 신용등급 하향 조정 기업들이 다수 이뤄졌다”며 “부동산 PF 부실이 여전한 점을 고려하면 내년 신용 전망도 ‘부정적’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기평은 올해 상반기 SK증권, 키움저축은행, 바로저축은행, 오케이저축은행, 웰컴저축은행, 롯데캐피탈, 오케이캐피탈, 에이캐피탈의 신용등급 및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이날 피치는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에 대한 분석도 내놨다. 피치는 지난 17일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 등급 전망은 ‘안정적’으로 유지했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1.0%로 제시했다. 지난 3월 1.2%로 전망했다가 9월 1.0%로 하향한 뒤 그대로 유지한 것이다.
제레미 주크 피치 아시아태평양 국가신용등급 담당 이사는 “올해 말부터 내년을 기점으로 한국의 수출이 다소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글로벌 경제의 성장 둔화로 수출 회복 속도는 매우 더딜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한국의 경제성장을 위협할 요인으로는 저출산을 꼽았다. 그는 “일본과 마찬가지로 저출산은 장기적으로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을 낮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외교 및 안보 협력을 이어 나가면서 중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관리해나갈지도 도전과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일본이 겪었던 것과 같은 장기침체는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한국의 가계부채는 높은 수준”이라면서도 “1990년대 초 일본에선 빚을 갚는 과정에서 기업과 가계의 소비심리가 위축됐지만, 한국에선 이런 현상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장현주/허세민 기자 blackse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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