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상상인·한국경제TV 오픈의 관전 포인트는 ‘누가 우승하느냐’만이 아니다. 내년 시즌 정규투어 시드권(상금랭킹 60위 이내)을 확보하기 위한 중하위권 선수 간 전쟁도 우승 경쟁 못지않은 볼거리다. 이번 대회가 올 시즌 남은 4개 대회 중 상금이 가장 많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2라운드가 열린 20일, 커트 통과 여부에 따라 선수 간 희비도 갈렸다. 이번 대회에는 총상금 12억원이 걸렸다. 예선을 통과하면 꼴찌를 하더라도 상금 660만원을 받는다. 수십만원 차이로 잔류 여부가 결정되는 점을 감안하면 중하위권 선수들에게 이번 대회 1~2라운드 성적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지난해 상금랭킹 61위를 차지해 한끗 차이로 시드권을 놓친 서어진(22)과 60위의 상금 차이는 29만8547원이었다.
KLPGA투어의 시드권을 받으려면 우승을 하거나(2년 시드 확보) 해당연도 상금랭킹 60위 안에 들어야 한다. 올 시즌 최종전인 SK쉴더스·SK텔레콤 챔피언십까지 60위 안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면, 곧바로 전남 무안CC에서 열리는 ‘지옥의 시드전’에 출전해야 한다. 특히 오는 26일부터 나흘간 열리는 SK네트웍스·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까지 상금랭킹 80위에 들지 못하면 시드전의 예선전부터 치러야 한다.
현재 KLPGA투어 상금랭킹 60위인 이채은2(24)의 총상금은 1억3961만원, 61위 이지현2(27)의 총상금은 1억3497만원으로 약 450만원 차이다. 시드전 예선전 면제 순위인 80위대는 더 치열하다. 상금랭킹 80위 김서윤2(21)는 9473만원, 81위 최예본(20)은 9382만원을 모았다. 91만원 차이로 시드전을 예선전부터 치러야 하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이날 열린 2라운드에서 가장 크게 웃은 선수는 최가빈(20)이다. KLPGA투어 2년차인 최가빈은 올해 상금 1억5401만원을 벌어들여 상금랭킹 58위를 달리고 있다. 이번 대회 1라운드에서 6언더파를 쳐 깜짝 2위로 올라선 최가빈은 이날 이븐파를 쳐 공동 3위로 본선에 진출하게 됐다. 이번 시즌 최고 순위 기록과 함께 안전하게 시드권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냈다.
상금랭킹 70위인 이세희(26)와 73위 하민송(27)은 각각 중간합계 2오버파를 기록하며 턱걸이로 커트 통과에 성공했다. 상금랭킹 81위 최예본, 83위 고지원(19), 85위 전우리(27)도 본선 진출 성공으로 시드전 예선전 면제에 한발짝 다가섰다.
‘빨간불’이 켜진 선수들도 있다. 상금랭킹 69위로 위험권에 있는 리슈잉(20·중국)은 이날 하루에만 3타를 잃으며 공동 66위로 커트 통과에 실패했다. 상금랭킹 67위 나희원(29)도 예선에서 탈락하며 상금을 추가할 기회를 잃었다. 시드권 확보가 어려워진 것은 물론 시드전 예선전을 치러야 하는 최악의 상황도 대비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양주=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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