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7개월 만에 2400선 아래로 떨어지면서 투자심리가 꽁꽁 얼어붙었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연 5% 선에 도달한 가운데 20일 중국의 2차전지 소재(흑연) 수출 통제 소식이 전해지며 국내 증시는 다른 아시아 증시보다 더 큰 폭으로 하락했다는 분석이다.
○코스닥, 하루 만에 770 아래로
20일 코스피지수는 전일 대비 1.69% 떨어진 2375.0에 마감했다. 장중에는 2364.01까지 내리며 지난 3월 16일(장중 저가 2346.11) 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하락했다.개인과 외국인 투자자가 각각 1144억원, 655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시장을 방어했지만 기관투자가가 1753억원어치를 팔았다.
코스닥지수는 더 약세였다. 전일 대비 1.89% 빠진 769.25로 장을 마쳤다. 790선이 무너진 지 하루 만에 770선이 깨졌다. 개인과 외국인이 각각 606억원, 564억원어치를 팔았고 기관이 1320억원어치를 사들였다.
국내 시가총액 상위주는 대부분 하락세를 보였다. 특히 금리 급등에 테슬라 실적 충격, 중국의 2차전지 소재(흑연) 수출 통제 소식까지 맞물리면서 2차전지 업종이 이틀 연속 급락했다. 유가증권시장의 LG에너지솔루션(-3.54%), 포스코홀딩스(-5.03%), 삼성SDI(-2.83%), 포스코퓨처엠(-5.66%), 코스닥시장의 에코프로비엠(-2.51%), 에코프로(-5.89%), 엘앤에프(-4.98%) 등 2차전지 관련주의 낙폭이 컸다.
SK하이닉스(0.40%), 유진테크(3.01%), 하나마이크론(2.22%) 등 일부 반도체 관련주는 상승세를 보였다.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가 전날 시장 전망치를 소폭 웃돈 3분기 실적을 발표한 게 긍정적 영향을 줬다.
이날 국내 증시는 아시아 증시에 비해 유독 낙폭이 컸다. 일본 닛케이225지수(-0.54%), 중국 상하이종합지수(-0.74%), 홍콩 항셍지수(-0.72%), 대만 자취안지수(-0.07%) 등 아시아 주요 증시는 1% 이내의 하락세를 보였다.
○“상당 기간 약세 지속될 듯”
이날 증시 하락에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하마스) 전쟁 우려도 영향을 미쳤다. 이란이 참여하며 전쟁이 확산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미국 정부가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기 위해 1000억달러(약 135조원) 규모의 긴급 예산을 추가할 것으로 알려진 것은 미국 국채 금리 상승을 부추겼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미국 정부가 올해 발행한 국채(재정적자)가 2조달러 규모인 것을 고려할 때 긴급 예산안이 통과되면 적자가 5% 더 늘어난다”며 “가뜩이나 장기 금리가 상승하는 상황에서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격”이라고 했다.지난달 이후 국내 증시 하락 폭은 전쟁 중인 이스라엘보다 크다. 9월부터 10월 20일까지 코스닥지수는 17.14%, 코스피지수는 7.09% 하락했다. 코스닥지수 하락폭은 같은 기간 이스라엘 TA35지수 하락폭(9.59%)보다 더 크다.
국내 증시는 상당 기간 약세를 지속할 것이란 전망이 중론이다. 일부 외국계 증권사는 코스피지수가 올초 수준인 2300선 밑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씨티증권은 “코스피200지수가 3월 말 이후 처음 200일 평균 밑으로 내려왔다”며 “한국 증시가 올해 상승분을 반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작년 말 코스피지수 종가는 2236.40이다.
일각에선 국내 증시 하락세가 멈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중동 전쟁이 확산할 확률이 낮고, 다음주 나올 예정인 마이크로소프트(MS), 알파벳, 메타, 아마존, 인텔 등 빅테크들의 3분기 실적이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주 테슬라 실적 쇼크가 중동 전쟁 불안과 합쳐져 증시 하락세가 가팔랐다”며 “빅테크들의 실적이 다음주 예상만큼 양호하게 나오고 이번주 하락폭이 과도했다는 인식이 확산하면 국내 증시 하락세가 멈출 것”이라고 말했다.
윤아영 기자 youngmon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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