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GI서울보증이 기업공개(IPO)를 위해 투자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표를 받았다. 회사 측이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철회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2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SGI서울보증이 지난 13일부터 19일까지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한 결과 희망 공모가 하단에서도 계획한 투자금액을 모으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 주관사는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이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수요예측에 참여한 대다수 기관투자가가 공모가 희망 범위(3만9500~5만1800원) 하단 이하에 주문을 넣었다”고 했다.
SGI서울보증은 올해 IPO 최대어로 예상 시가총액(희망공모가 기준)이 2조7580억~3조6168억원에 달했다. 13년 만의 공기업 IPO로도 주목받았다. 수요예측에서 참패한 것은 신주 발행 없이 100% 구주 매출로 진행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예금보험공사는 SGI서울보증 지분 93.85%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이 중 지분 10%를 IPO 과정에서 구주 매출할 예정이다. 구주 매출은 회사 성장에 필요한 신규 자금이 들어오는 게 아니라 기존 주주의 지분을 파는 것이어서 투자 매력이 상대적으로 높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가 의무보호예수 기간(6개월)이 지난 후 보유 지분을 추가로 매각할 가능성이 큰 것도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업계에선 예금보험공사가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를 위해 SGI서울보증 상장을 철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예금보험공사는 SGI서울보증에 투입한 10조2500억원의 공적자금 중 절반 수준인 5조9017억원을 아직 회수하지 못한 상태다. 공적자금 관련 기금의 청산 시점은 2027년이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오는 23일 회의에서 IPO 여부를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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