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궐선거 패배 후 2주 가까이 지난 시점까지 혁신위조차 출범시키지 못한 현실은 국민의힘이 외딴섬처럼 국민과 유리돼 있다는 방증이다. 지난주 임명직 당직자 선임 때도 그랬다. 유권자들이 수긍할 만한 사람이 없어 결국 ‘돌려막기’처럼 되고 만 당시 인선은 감동은커녕 비판과 쓴소리만 잔뜩 받았다. 당 지도부는 ‘이렇게 인물이 없느냐’며 답답해하는 모습이지만, 진짜 없는 것은 인물이 아니라 혁신 의지다. ‘당내 기득권을 유지하는 혁신’이라는, 애초부터 실현 불가능한 일을 추진하려다 보니 적임자가 나타나기 힘든 것이다.
‘혁신 코스프레’가 아니라 진짜 ‘혁신’을 하려면 당 내부에 만연한 ‘반혁신 DNA’부터 일소해야 한다. 혁신위원회 출범의 핵심은 당 대표와 혁신위원장 사이의 권한 배분이다. 허수아비 위원장을 세워 잠시 위기를 모면해 보려는 꼼수로는 결코 위기를 돌파할 수 없다. 박근혜 대표 시절인 2005년 홍준표 혁신위원장에게 전권을 주고 도출된 혁신안을 채택한 뒤 2006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한 사례를 돌아봐야 한다.
김기현 체제는 폭주 야당에 맞서 국가를 운영할 비전과 리더십 측면에서 한계를 노정했고 보궐선거는 그 심판이다. 국민의힘 한 최고위원의 지적처럼 “여론이 출렁일 (참신한) 사람”을 혁신위원장으로 뽑지 않으면 주목은커녕 국민적 냉소를 피하기 어렵다. 자기 정치에만 매달리는 이른바 ‘내부 총질러’가 아니라면 최대한 지도부에 부담스러운 사람으로 낙점해야 한다. 그렇게 포용하고 소통해야 회생길이 열린다. 지도부는 당이 처한 위기의 본질을 제대로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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