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터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전쟁 탓에 높은 환율에도 안전자산인 달러를 보유하려는 수요가 증가한 결과로 풀이된다. 반면 기록적인 엔저(低)에 급증하던 엔화예금의 증가세는 둔화했다.
5대 은행의 달러예금 잔액은 작년 말까지만 해도 758억4200만달러에 달했지만 반년 만인 6월 말 586억800만달러로 줄어들었다. 이후 7월 627억6400만달러로 반등했지만 8월 616억1800만달러로 다시 줄어들더니 지난달까지 감소세가 이어졌다.
달러예금이 줄어든 것은 원·달러 환율이 고점을 찍었다는 인식이 확산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달러당 원화 환율은 7월 18일까지만 해도 1260원40전에 그쳤지만 8월 21일 1342원60전으로 오르며 연고점을 갈아치운 데 이어 9월 27일엔 1349원30전까지 뛰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1350원 안팎의 원·달러 환율은 역사적으로 매우 높은 수준이고, 추가적으로 오르더라도 상승폭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어 환차익을 실현하려는 고객이 연초보다 늘었다”고 설명했다.
서정훈 하나은행 연구위원은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주변국으로 확산하면 유가가 크게 출렁일 수밖에 없다”며 “유가가 급등하면 미국 중앙은행(Fed)의 추가 긴축 가능성이 커지고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심화하면서 원·달러 환율이 1400원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엔화예금 잔액은 6개월 연속 증가세를 나타냈다. 5대 은행의 엔화예금 잔액은 이달 19일 기준 1조357억엔으로 지난 4월(5979억엔) 이후 매달 규모가 커졌다.
가장 큰 이유는 일본은행이 기준금리를 0%대로 묶어두는 초저금리 정책 기조를 이어가면서 원·엔 환율이 100엔당 900원대 초반으로 낮게 유지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다만 엔화에 대한 투자 열기는 점차 사그라드는 모습이다. 19일 기준 엔화예금 잔액은 지난달 말(1조334억엔)보다 0.22% 증가하는 데 그쳤다. 엔화예금 잔액은 4월 5979억엔에서 5월 7239억원으로 한 달 만에 21.1%나 늘었고, 6월에도 전월 대비 29.5% 증가했다. 하지만 7월(4.6%), 8월(1.5%), 9월(3.9%)엔 증가율이 한 자릿수로 축소되더니 이달엔 0%대까지 떨어졌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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