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국민의힘 지도부는 경제계와 학계 등의 외부 인사를 혁신위원장에 앉히려 했다. 정운찬 전 국무총리와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 등이 거론된 이유다. 하지만 외부 인사들은 혁신위원장 영입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적합한 사람을 찾기 어렵고, 고사하는 분도 많다”고 말했다.
고사 이유에 대해선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이 낮은 상황에서 혁신위원장을 맡는 데 대한 부담감이 크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올해 연말이나 내년 초에 공천관리위 등 총선 대책 기구가 출범할 예정인 만큼 혁신위의 역할과 권한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점도 배경으로 거론된다. 공천 룰과 외부 인재 영입 등은 공천관리위를 중심으로 논의될 전망인 만큼 혁신위의 역할은 부수적인 부분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수도권에서 활동해온 당 관계자는 “당내에 인물이 없는 것이 아니라 주류와 다른 목소리를 내는 인물은 모두 쳐내니 인물이 없어 보이는 것”이라며 “윤 대통령과 당 지도부에 쓴소리할 인물을 영입할 수 없다면 혁신위를 구성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하 의원과 조 의원은 혁신위원장에 긍정적인 입장을 밝혀 실제로 제안이 이뤄진다면 바로 선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김기현 대표 등 지도부는 비주류 인사의 혁신위원장 선임에 조심스러운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잦은 설화로 성과도 내지 못하고 좌초된 더불어민주당 ‘김은경 혁신위’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지도부 비공개 간담회에서 “(혁신위 구성에) 시간이 걸리더라도 제대로 하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 지도부가 보기에 안정적이면서 외부에는 파격으로 비칠 인사를 찾다 보니 혁신위 구성이 좀처럼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 초선 의원은 “지도부에서 혁신위를 총선 체제로 가는 과도기 정도로만 생각하는 것 같다”며 “혁신위 구성이 지연되는 가장 큰 이유는 결국 김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의 낮은 혁신 의지”라고 지적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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