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의 미래를 대비하려면 돈이 필요하다.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학자금 마련을 위해 예·적금과 같은 금융상품에 들거나, 자녀 명의 금융계좌를 개설해 주식 및 펀드에 투자하는 것을 떠올릴 수 있다. 후자는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 및 복리효과를 바탕으로 이른 시기부터 자녀의 자산 형성을 도울 목적이 우선이 된다.
더 효과적인 자산 형성을 위해서는 자녀에 대한 증여세 혜택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 장기 투자와 절세효과를 결합해 자녀의 자산 축적을 도모하고자 한다면 연금저축 계좌를 활용하는 게 유효하다. 연금저축은 2013년 세법 개정 이후 가입 연령 제한 요건이 폐지돼 미성년 자녀의 가입이 자유로워졌다. 미성년 자녀에게 연금저축 계좌로 자금을 증여해 운용하면 어떤 장점이 있는지 알아보자.
매해 준수한 수익률이 뒷받침되면 이자에 이자가 붙는 복리 원리가 작동하면서 장기적으로는 누적된 큰 수익을 얻게 되는데, 이때 이자와 동일한 역할을 하는 수익금이 재투자됨으로써 복리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게 된다. 미성년 자녀 명의 연금계좌는 투자기간이 긴 만큼 상당한 복리효과를 누릴 수 있다. 이렇게 모은 연금자산을 55세부터 연금 형태로 인출할 때는 3.3~5.5%의 연금소득세만 내면 된다.
증여한 자녀 명의 연금저축에 세액공제를 받지 않은 납입금액이 2000만원 있다고 해보자. 시간이 흘러 자녀의 소득활동으로 인한 세금이 발생하면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전환특례를 신청하면 된다. 그러면 해당 금액 중 매해 600만원(세액공제 한도) 내에서 원하는 금액만큼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만약 어떤 한 해에 자녀가 벌어들인 소득으로 연금저축에 300만원을 납입했다면 그해 600만원 한도 중 남은 300만원을 증여한 연금저축 납입금액인 2000만원 중에서 적용받는 식이다. 나머지 1700만원 역시 다음해 또는 그 이후에 세액공제받는 데 활용할 수 있다.
적금, 적립식 펀드와 같은 금융상품에 정기적으로 일정한 금액을 증여하고 싶다면 이를 합쳐 한번에 증여세 신고를 할 수 있다. 이때 미래에 정기적으로 발생할 증여액에 대해 현재가치로 환산(할인)해 계산하므로 납세자 입장에서 유리한 세법을 적용받게 된다. 연금저축도 이런 규정을 적용한다. 홈택스를 이용해 유기정기금 증여계약서를 작성하고 필요한 서류와 함께 비교적 간편하게 신고가 가능하다.
자녀 명의의 연금저축 계좌에 적립식으로 납입할 경우 연금저축 적립금은 연 3%(2023년 6월 현재 기준) 할인한 현재가치로 평가된다. 이에 따르면 현재가치가 2000만원으로 평가될 수 있는 향후 10년간의 납입총액은 2276만3160원으로 산출되며, 이를 월 단위로 쪼개면 18만9693원이 된다. 간단히 말하면 미성년 자녀에게 10년간 적립식으로 월 18만원씩 연금저축에 납입하고 이를 증여하면 증여세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연금저축 적립식 납입 방법을 활용해 미리 증여 신고를 하면 증여세를 내지 않고도 월 2만원씩을 더 증여할 수 있는 셈이다.
박영호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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