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환경공단에서 촉탁직으로 근무하고 있는 A씨는 2015년 충청권환경본부 사업 현장 감독보조 업무로 최초 입사한 뒤 무려 2번이나 동일 부서에 재취업했다. 마지막으로 충청권환경본부에 재입사할 당시 경쟁자는 아무도 없어 무혈입성할 수 있었다.
한국환경공단 본사에서 공무 4급으로 근무하고 있는 B씨. 지난 2018년 8월부터 정책지원 및 업무보조 업무를 담당한 뒤 2018년 12월에 퇴사했지만, 2019년 4월 동일 부서에 동일 업무 담당으로 재입사했다. 두 번의 입사에서 채용담당자는 모두 동일 인물이었다.
한국환경공단이 일부 촉탁직을 두세차례 재채용하는 과정에서 촉탁직 직원과 함께 근무했던 동료에게 서류와 면접 심사를 진행하게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내 편 챙기기’ 행태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23일 이주환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환경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촉탁직 재입사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4년 이후 현재까지 10년 동안 촉탁직으로 최초 입사한 뒤 촉탁직으로 재입사한 인원이 161명이다. 이 중 재입사 횟수 1회인 경우는 133명, 2회인 경우는 22명, 3회 이상 재입사한 경우는 6명이다.
문제는 촉탁직 최초 입사·재입사 당시 채용담당자가 동일한 경우다. 촉탁직은 한국환경공단의 ‘기간제근로자 관리예규’에 따라 정규직원으로 업무수행이 곤란한 특수 전문지식이나 기술·경험을 요하거나 한시적인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일고용기간을 정해 상시 채용하고 있다.
하지만 공단 채용 관리 조항에는 서류·면접 전형 외부 전문가 참여 관련 내용만 있다. 촉탁직과 업무를 함께할 내부 위원에 대한 규정은 전혀 없다. 이에 따라 한국환경공단 촉탁직 최초 입사·재입사 당시 담당자가 동일했던 경우가 18건이나 발생했다.
공단 관계자는 “블라인드 채용 방식에 의한 공개경쟁 방식으로 채용을 진행한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합격자가 세 차례나 재입사하면서 자기소개서 내용을 과거 자기소개서와 토씨 하나 틀리지 않게 그대로 쓴 사례가 적발됐다. 서류 전형에서 사전에 누구인지 충분히 알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입사 면접을 같이 일했던 직원이 본 사례도 다수 드러났다. 일부 촉탁직의 경우 단독으로 응시한 뒤 재입사한 사례도 있었다.
이주환 의원은 "한국환경공단 촉탁직으로 최초 입사한 뒤 동일 부서에 ‘무혈입성’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 선량한 지원자만 피해를 보게 된 것"이라며 "공단은 촉탁직 선발 과정에 있어 내부 위원에 대한 위촉 배제 요건 명확화 및 해당 채용 관계자가 내부 위원으로 참여할 수 없도록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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