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 때나 정부 중요 발표가 있는 날엔 휴일에도 밤샘 근무를 밥먹듯 하지만 초과근로 수당은 꿈도 못 꿉니다.”
최근 세종시에서 점심시간에 만난 한 정부 부처 A 과장(4급)은 “연장근로 신청은 1분도 안 되지만, 점심 시간은 1분만 더 써도 문제가 된다”며 발걸음을 서둘렀다. 이처럼 ‘각박한’ 점심시간이 더욱 씁쓸한 이유는 4급 이상 공무원에게 적용되는 포괄임금제다. 정부는 4급부터는 초과근무 수당을 지급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근거는 공무원 수당 등에 관한 규정이다. 공무원 보수는 봉급과 각종 수당을 포함한 개념이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초과근무 수당은 5급 이하 공무원의 경우 시간외근무, 야간근무, 휴일근무를 하면 받을 수 있다.
인사혁신처의 초과근무수당 지급 단가에 따르면 5급 공무원의 시간 외 수당은 시급 1만4692원, 휴일 일당은 11만8099원이다. 9급은 시간 외 수당은 시급 9620원, 휴일 일당은 7만6960원이다.
반면 4급 이상은 수당 단가표에서 찾아볼 수 없다. 4급 이상 공무원에게는 월봉금액의 9% 수준의 관리업무 수당이 지급된다. 수당을 지급받는 사람에게는 시간외근무수당, 야간근무수당 및 휴일근무수당을 지급하지 않는다. 예컨대 올해 기준으로 4급 10호봉 공무원의 월봉금액은 411만6100원이다. 9%인 37만원을 매달 수당으로 받는다.
통상 정부 부처의 4급 이상 간부 공무원들은 주말에도 출근하는 경우가 흔하다. 평일 야근도 흔하다. 특히 국정감사가 진행되는 10월엔 평일·주말에 관계없이 밤 12시까지 대기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중요한 정부 발표가 있을 때도 밤을 꼬박 새우기도 한다.
설령 퇴근하더라도 집에 들어가서 일을 할 수밖에 없는 경우도 많다. 그럼에도 매달 지급되는 정액 수당을 제외하면 일한 시간에 비례한 수당은 받지 못한다는 불만이 적지 않다. 세종시에 있는 주요 부처 과장급에게 5급 기준 초과근무수당을 지급한다고 가정하면 국감이 있는 10월엔 평균 지급액만 100만원이 넘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지난 5일 박대수 국민의힘 의원이 고용노동부 등 관계부처부터 받은 ‘과장급 이상 직원의 연장근로수당 지급 현황’을 조사한 결과, 과장급 이상에게는 “연장근로수당 지급 내역이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는 민간 기업이었다면 단속 사유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 사실상 9%의 고정OT(Over Time)를 받는 포괄임금제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말부터 포괄임금제 단속계획을 발표하고 지난 4월부터 포괄임금제나 고정 연장근로 오남용 의심 사업장 87곳을 대상으로 기획 근로감독을 실시했다. 올 하반기에도 고삐를 당기고 있다. 포괄임금제가 장시간 근로를 부추기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정작 4급 이상 공무원들은 ‘사각지대’에 노출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부처에서 근무하는 B과장은 “국가에 봉사하는 우리의 위치를 잘 안다”면서도 “민간 분야에선 포괄임금제를 단속하면서도 공직사회에선 정작 포괄임금제를 강요하는 것은 난센스”라고 지적했다.
곽용희/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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