핼러윈을 일주일여 앞둔 가운데 이태원 상인들 사이에선 사고가 재발하진 않을까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올해 다시 사고가 발생하면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상권에 찬물을 끼얹을까 봐서다. 상인들은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해 핼러윈 대목보다 안전을 올해 최우선 목표로 두고 있었다.
23일 서울 이태원동 일대 상권의 매출은 평상시의 70% 수준까지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2번 출구 인근에 위치한 M식당은 참사 이후 매출이 1000만원 밑으로 떨어졌지만 최근 4000만원 수준까지 올랐다. M식당은 참사 직후 손님이 일주일에 한명도 오지 않자 지난 3월까지 영업을 중단했다. 사장 A씨는 “금요일 오후부터 일요일까지는 참사 이전 수준으로 매출이 거의 돌아왔다”며 “최근엔 늘어난 손님에 대응하기 위해 세 명까지 줄였던 직원 수를 다시 일곱 명으로 늘렸다”고 말했다.
이태원을 찾는 시민들도 늘고 있다. 서울시 상권분석서비스인 ‘우리마을가게 상권분석서비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이태원 상권의 일평균 유동 인구수는 1만6173명으로 지난해 2분기 대비 75% 수준까지 회복됐다. 올해 1분기 일평균 유동 인구수인 1만1260명 대비 43.6% 늘었다. 시민 이종민 씨(31)는 “사고에 대한 대처가 충분히 이뤄졌을 것이라 믿고 핼러윈 때 친구들과 이태원을 찾아 즐길 예정”이라고 말했다.
상인들은 곧 다가올 핼러윈 데이에 대한 기대를 품으면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이태원역 1번 출구 인근에서 30년 이상 옷 가게를 운영해온 C씨는 “핼러윈데이는 일 년 중 매출이 가장 많이 나오는 시기”라면서도 “올해 작년과 비슷한 사고가 벌어지면 이태원 상권은 더 이상 회복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핼러윈 ‘지우기’에 나선 상인들도 많았다. 이태원 세계음식거리 내 핼러윈 관련 장식이나 매대를 꾸린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세계음식거리 내 고깃집을 운영중인 D씨는 “예년이라면 지금쯤 핼러윈 분위기가 거리와 상가에 가득했을 시기”라면서도 “올해 상인들 사이에선 혼선을 야기할 수 있는 핼러윈 행사를 최대한 자제하자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고 말했다.
상인들은 올해 핼러윈을 안전하게 보내는 것이 일종의 분기점이라고 입을 모았다. 상인들이 올해 핼러윈 대목보다 안전을 최우선 목표로 꼽은 이유다. 상인들은 5~8명이 조를 이뤄 인파가 몰리는 금~토요일 오후 10시에서 새벽 2시 사이 한 시간가량 이태원 일대를 순찰하고 있다.
조봉근 이태원관광특구연합회 이사는 “핼러윈을 대비해 정부 유관기관들과 보행로를 점검하고 인파 관리 대책을 공유하는 등 안전 점검을 하고 있다”며 “상권의 부활과 시민들의 즐거움을 위해 안전을 최우선 순위로 두고 올해 핼러윈을 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정훈 기자 ajh632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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