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창업자의 위상은 벤처 1세대 중에서도 특별하다. 그는 1998년 인터넷 게임 포털인 한게임을 설립한 뒤 NHN(현 네이버)과 합병시켰다. 2008년엔 벤처기업 아이위랩을 인수한 뒤 ‘카카오톡’을 출시했다. 국내 양대 빅테크인 네이버와 카카오를 세우고 성장시킨 주역인 것이다.
카카오 그룹의 성장 속도는 그야말로 눈부셨다. 2014년 ‘다음’ 인수를 시작으로 거침없이 계열사를 늘렸다. 2018년 65개였던 계열사는 올해 기준 144개로 급증했고, 같은 기간 자산 기준 재계 순위가 30위권 밖에서 15위로 껑충 뛰었다. 하지만 그 성장 속도만큼 후유증도 컸다. 툭하면 불거지는 임직원 리스크가 대표적이다. 특히 류영준 전 카카오페이 대표 등이 2021년 상장 직후 수백억원어치 주식을 현금화하며 ‘먹튀’ 논란을 일으켜 공분을 샀다.
김 창업자의 개인적 수난도 이어졌다. 2016년 대기업집단 지정 과정에서 계열사 5곳의 신고를 누락한 혐의로 기소돼 5년간 재판을 받았다. 툭하면 국정감사에 불려 나와 의원들의 호통을 듣기도 했다.
김 창업자는 이제 역대급 위기에 직면했다. 최악의 경우 본인이 처벌받는 것은 물론 그룹이 금융업에서 철수해야 한다. 시장에 미치는 파장도 클 수밖에 없다. 그만큼 향후 수사는 철저하고 면밀하게 이뤄져야 할 것이다. 하지만 정식 사법기관이 아닌 금감원이 굳이 포토라인까지 세운 것은 과잉이다. 금융위원회 특사경과의 경쟁 과정에서 존재감을 나타내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성급하게 여론전을 펼칠 사안도 아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사실과 법리에 따라 처결해야 할 것이다.
고경봉 논설위원 kg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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