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퓰리즘 유혹 못 이긴 아르헨…대선서 現 경제장관 1위

입력 2023-10-23 18:11   수정 2023-10-24 01:16

아르헨티나 대통령 선거에서 집권당 후보인 세르히오 마사(51)가 극우 경제학자 하비에르 밀레이(53)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두 후보 모두 당선 확정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다음달 19일 결선 투표를 치르게 됐다.

22일(현지시간) 치러진 선거에서 현 정부의 경제장관인 마사 후보는 36.3%를 득표(개표율 92% 기준)하며 선두를 차지했다. 지난 8월 예비선거와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린 밀레이 후보는 30.1%를 득표해 2위에 그쳤다. 중도 우파 연합 후보인 파트리시아 불리치는 23.8%를 얻었다.

아르헨티나 경제 위기의 책임자라는 핸디캡을 딛고 마사 후보가 예상외로 선전한 것은 밀레이 후보가 유권자들의 공포 심리를 자극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치적 비주류로 분류되며 ‘아르헨티나의 트럼프’로 불리는 밀레이 후보는 아르헨티나 중앙은행 폐쇄, 장기매매 합법화 등 극단적 자유주의 정책을 표방했다.

8월 예비 선거에서 1위를 차지하며 대통령 당선이 유력시돼온 밀레이 후보의 기행은 시장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밀레이 후보가 지난 10일 “아르헨티나 페소는 배설물보다 못하다”고 말하자 달러 대비 페소화 환율은 하루 만에 7.3% 하락했다.

반면 마사 후보는 포퓰리즘 정책으로 승부를 걸었다. 그는 아르헨티나 정치 지형에서 주류인 페론주의 정치인으로 분류된다. 페론주의는 후안 페론 전 대통령을 계승하는 정치 이념으로 복지 및 임금 확대, 외국 자본 배제 등 대중영합적인 정책을 선호한다. 마사 후보는 소득세 기준 완화, 현금카드 사용 시 부가가치세 면제 등을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다.

1차 투표에서 마사 후보와 밀레이 후보 모두 당선 확정 기준(45% 이상 득표 또는 40% 이상 득표하고 2위 후보와 격차가 10%포인트 이상)을 충족하지 못해 다음달 19일 결선 투표에서 최종 승자가 가려지게 된다. 이날 대선 결과로 아르헨티나 정치 불안정성이 커지면서 2035년 만기 아르헨티나 달러 채권은 전 거래일보다 12.5% 하락한 22.87센트에 거래를 마쳤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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