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아시안투어에서 우승한 호주 동포 이민우(25)가 일본 유명 미용사를 찾아가 머리카락을 자르며 한 짧은 인터뷰다. 함께 간 다른 선수들이 일반적인 스타일을 요구한 것과 달리 이민우는 한참이나 자신이 원하는 헤어 스타일을 자세히 설명했다. 그가 얼마 전부터 고수하고 있는 스타일은 국내에선 ‘울프커트’로 알려진 멀릿 헤어다. 앞머리와 옆머리가 짧고 뒷머리는 긴 게 특징이다.
이민우는 “요즘 호주에서 길거리를 걸으면 몇 걸음 걸을 때마다 이 스타일을 볼 수 있다”며 웃었다. 멀릿 헤어는 1980년대 가수 빌리 레이 사이러스 등이 유행시켰고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호주 젊은이들 사이에서 ‘정체성을 나타내는 스타일’로 떠오르며 최근까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골프 선수들은 모자를 쓰고 경기하기 때문에 헤어 스타일엔 크게 관심이 없을 것 같지만 의외로 자신만의 개성 있는 스타일을 고수하는 이들이 많다. 헤어 스타일로 가장 큰 관심을 끈 선수는 호주의 캐머런 스미스(30·사진)다. 스미스 역시 멀릿 헤어를 2년 전부터 고집하고 있다.
같은 해 열린 PGA투어 취리히클래식에서 우승하면 헤어 스타일을 바꾸겠다고 여자친구와 약속했지만 실제로 우승한 뒤엔 “여자친구에게 미안하지만 이 머리는 나의 일부다. 내 머리를 보고 좋아하는 팬들 때문이라도 쉽게 스타일을 바꿀 수 없다”고 말했다. LIV 골프는 지난해 시카고대회에서 스미스가 2라운드까지 선두를 달리자 최종 라운드 때 갤러리가 스미스와 비슷한 멀릿 헤어를 하고 오는 경우 1000달러(약 135만원)를 기부하는 이벤트를 열기도 했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8·미국)도 헤어 스타일에 욕심을 낸 적이 있다. 2001년 우즈는 미국대학풋볼챔피언십인 오렌지볼 경기 참관을 위해 스타디움에 ‘황금색 머리’를 하고 나왔다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휴가를 즐기던 우즈는 기분 전환 겸 친구들을 놀래주기 위해 염색했다고 했다. 관심이 쏟아지자 그는 “휴가 때 놀러간 바하마의 햇빛이 강했는지 머리가 금방 금색으로 탔다”고 농담 섞인 해명을 하기도 했다.
국내에선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에서 뛰는 허인회(36)가 파격적인 헤어 스타일로 유명하다. 허인회는 여섯 번의 탈색으로 금발 머리를 하거나 초록색 등으로 염색하고 경기에 나올 때도 있다. 허인회는 “처음에는 우울증 때문에 머리를 밀까 하다가 염색을 했더니 확실히 기분 전환이 되더라”며 “(자유분방한 헤어스타일과 달리) 성격은 사실 매우 보수적”이라고 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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