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맞춤 비만약을 만들겠다'던 한미약품의 계획이 순항하고 있다. 국산 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GLP)-1 임상 3상 시험 계획을 신청한 지 3개월 만에 시행을 위한 승인을 받으면서다.
한미약품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GLP-1 계열 약물인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임상 3상시험 계획서를 승인받았다고 23일 발표했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한미의 독자 플랫폼 기술 '랩스커버리'가 적용된 주1회 제형 GLP-1 제제다. 프랑스제약사 사노피가 2015년 이 약을 도입해 여러건의 글로벌 임상시험을 진행한 뒤 2020년 한미약품에 개발권을 반환했다.
한미약품은 올해 7월 식약처에 임상시험계획 승인 신청서(IND)를 제출했다. 서류 제출 3개월 만에 임상승인을 받은 것은 식약처가 운영하는 다양한 개발 지원 프로그램 덕분이라고 업체 측은 설명했다.
한미약품은 식약처 '글로벌 혁신제품 신속심사 지원체계(Global Innovative products on Fast Track, GIFT)' 1대1 협의체 지원을 통해 바이오의약품 개발 전략을 수립했다. 추가 제품화 컨설팅을 위해 '유전자 재조합 의약품 맞춤형 상담 프로그램'에도 참여했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GLP-1 계열 약물로, 몸 속에서 인슐린 분비와 식욕 억제를 돕는 GLP-1 호르몬 유사체로 작용한다. 사노피가 진행한 대규모 글로벌 임상 3상에서 체중감소와 혈당 조절 효력을 확인했다. 주요 심혈관계 및 신장 질환 발생률을 유의미하게 줄인다는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NEJM) 등에 실렸다.
한미약품은 3년 안에 국내에서 이 약을 상용화하도록 속도를 높일 계획이다. 한미약품의 바이오의약품 전용 공장 '평택 스마트플랜트'에서 생산을 맞아 제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비용 경쟁력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업체 측은 내다봤다.
김나영 한미약품 신제품개발본부장(전무)는 "한국 제약회사가 처음부터 끝까지 독자 기술로 개발한 최초의 GLP-1 비만신약을 시작으로 혁신적 성과를 창출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한미약품은 최근 비만 치료에서부터 관리, 예방에 이르는 전주기적 치료 방법을 모색하는 'H.O.P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에페글레나타이드 외에 25% 내외의 체중감량 가능성을 확인한 LA-GLP/GIP/GCG(개발명 HM15275), GLP-1 제제 사용시 나타날 수 있는 근육량 손실을 막아 요요 현상 억제에 도움을 주는 바이오신약, 섭식장애 개선제, 먹는 비만치료제, 비만 예방과 관리에 적용할 수 있는 디지털치료제 등이 포함됐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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