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그룹이 한전KDN(지분율 21.43%)과 한국마사회(9.52%)가 보유한 보도전문채널 YTN의 지분 30.95%를 낙찰받았다. 이로써 유진그룹은 17년 만에 방송산업에 재진출하게 된다.
23일 투자은행(IB)업계와 방송업계 등에 따르면 YTN 매각 주관사인 삼일회계법인 주재로 이날 서울 중구 그랜드하얏트서울호텔에서 진행된 개찰에서 유진그룹은 3199억원을 써내 한전KDN과 한국마사회 보유 지분 낙찰자로 선정됐다.
주당 인수 가격은 2만4610원이다. YTN의 이날 종가는 6000원이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려해 시가보다 네 배 이상의 가격을 베팅한 셈이다.
지난 20일 마감된 입찰에는 유진그룹과 함께 한세예스24홀딩스,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의 창시자인 고(故) 문선명 총재의 3남인 문현진 글로벌피스재단 세계의장이 이끄는 원코리아미디어홀딩스가 참여했다. 앞서 인수 후보로 거론됐던 국내 주요 신문 등 언론사는 보도채널 지분 30% 이상 소유 금지 등 방송법상의 까다로운 규제로 인수전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진그룹은 연내 매각 측과 주식매매계약(SPA)을 맺고, 이르면 내년 초 방송통신위원회의 승인을 받아 YTN 인수를 최종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방통위는 방송법 등 관련 법령에 따라 △방송의 공적 책임·공정성 및 공익성의 실현 가능성 △사회적 신용 및 재정적 능력 △시청자의 권익 보호 등을 고려해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건자재와 유통, 금융업을 주력으로 하는 유진그룹이 YTN 인수에 뛰어든 배경엔 미디어 사업 재진출에 대한 열망이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유진그룹은 1997년 부천·김포 지역 종합유선방송사인 드림시티방송에 출자한 데 이어 은평방송도 인수해 총 40만 명의 가입자를 거느린 케이블 방송사업자로 활약했다. 당시 케이블방송 사업 영업이익률은 30%대에 달할 정도로 수익성이 높았다.
하지만 2006년 대우건설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유진그룹은 CJ홈쇼핑에 케이블방송 사업 지분을 매각했다. 유진그룹은 이번 YTN 지분 인수로 17년 만에 방송 분야에 재진출하게 됐다.
유진그룹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창립 70년을 앞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중견그룹으로 공정을 추구하는 언론의 역할과 신속, 정확을 추구하는 방송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있다”며 “YTN 지분 인수를 통해 방송·콘텐츠 사업 재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진그룹은 1954년 제과 사업을 시작으로 건자재를 비롯해 유통·금융·물류·정보기술(IT)·레저·엔터테인먼트 사업 등 50여 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2세인 유경선 회장 취임 이후 공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동양을 인수하면서 레미콘·건설 산업을 확대하는 한편 유진투자증권(옛 서울증권), 유진저축은행(옛 현대저축은행)을 인수해 금융업에도 뛰어들었다. 유진저축은행 매각 후에는 우리금융지주 지분(7.40%)을 인수했다. 로젠택배, 하이마트 등을 인수합병(M&A)해 사업영역을 다각화했다가 다시 매각하기도 했다.
유 회장은 올해부터 승계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3세대로 넘어오면서 성장이 둔화된 건자재 대신 금융과 미디어를 중심으로 거듭나려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형창/박종관 기자 ca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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