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진출 만만하게 봤다가는 큰 일…"이것만 명심해라" [긱스]

입력 2023-10-26 14:09   수정 2023-10-27 17:23

이 기사는 프리미엄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한경 긱스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국내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경쟁적인 국내 시장을 넘어 해외 시장에서 돌파구를 찾기 위해서인데요. 여러 스타트업 대상 설문조사 결과 희망 진출 국가 1위로 일본이 꼽힙니다. 한경 긱스(Geeks)는 이달 23~25일 일본 도쿄에서 진행된 창구프로그램 5기 '도쿄 이머전 트립 2023'에 참여한 스타트업으로부터 일본 진출 준비의 어려움부터 성공적인 진출을 위한 조언을 들어봤습니다.



권휘광 그루우 대표
△ 반려 식물 구매부터 관리, 건강관리까지
△ "확실한 데이터로 문화, 언어 장벽 넘는다"


반려 식물 관리 앱을 운영하는 플랜트 테크 스타트업 그루우는 지난 23일 일본 앱 서비스를 출시했다. 식물의 물 주는 주기부터 분갈이 시기까지 최적의 관리 스케줄을 알려주고 인공지능(AI)을 통해 식물 건강 상태를 파악해주는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권휘광 대표는 "앱 서비스는 일단 해외 진출을 하고 이용자들의 피드백을 보면서 수정해나가야 한다"며 "식물 종류별 관리법, 병해충이 비슷해 한국에서 구축한 데이터를 해외에 적용하는 게 유리했다"고 말했다.

그루우는 지난해 3월 설립 이후 1년 넘게 식물 종류별 관리 일지 및 사진 데이터를 수만건 확보하는 데 집중했다. 권 대표는 "홈 플랜트 데이터는 지금까지 없었다"며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건강관리 진단 솔루션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회사는 지난달 반려 식물을 구매할 수 있는 커머스 기능을 추가했다. 권 대표는 "소비자가 화분을 사도 어떻게 키워야 할 지를 물어볼 데가 없다"며 "그루우는 구매 첫날부터 식물 관리 방법에 대한 메시지를 보내준다"고 강조했다.

내년 초엔 화훼농가를 대상으로 영농 일지를 출시한다. 홈 플랜트 가드닝 일지와 연계에 생산자와 소비자간 직거래를 유도한다는 구상이다.

수학 공부 앱 콴다에서 사업개발을 담당했던 권 대표는 경북 안동에서 과수원을 하는 부모님의 영향으로 홈 플랜트를 겨냥한 그루우를 설립했다. 법인 설립과 동시에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로부터 시드 투자를 유치했다. 창구프로그램 5기 '톱3'에 선발됐다. 내년 초 프리 시리즈 A 라운드를 진행할 예정이다.



류상직 커넥트아이 대표
△ 임신·출산·육아는 전 세계 엄마 공통 관심사
△ "마케팅 없이 이용자 확보 후, 리텐션 목표 잡아야"


커넥트아이는 임신·출산·육아 헬스케어 플랫폼 '열달후에'를 운영사다. 지난주 일본어, 베트남어, 영어 버전을 출시했다. 굿리치보험 신사업에서 출발한 열달후에는 별도의 마케팅 없이 산모의 46%인 18만명이 사용하는 유틸리티앱으로 성장했다.

회사는 지난해 12월 일본어 앱 베타버전을 출시해 7개월간 테스트를 거쳤다. 류상직 대표는 "마케팅 없이 오가닉 이용자 지표를 확보해야 제대로 된 리텐션(이용자 유지율) 목표를 설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류 대표는 "콘텐츠 기반 커뮤니티는 해외 진출 시 충성도 높은 고객을 확보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들지만 데이터 분석을 주로 제공하는 방식이라 비용 부담이 적다"고 설명했다. 국내 베트남, 태국인 엄마 회원을 프리랜서로 고용해, 현지 언어 커뮤니티 관리를 맡기고 있다.

커넥트아이는 최근 월 광고 수익 4000만원을 돌파하면서 지난해 연간 매출을 넘어섰다. 회사는 내년 손익분기점(BEP) 달성을 내다보고 있다. 내년 1월 구독모델도 출시할 예정이다. 고위험출산 위험, 임신 확률, 유아 발달 분석 인공지능(AI)에 기반한 구독 모델이다.

커넥트아이는 대기업과 공공기관의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을 통해 해외 진출을 노크하고 있다. 올해 KB 스타터스에 선발돼 싱가포르 및 동남아 진출을 준비한다. 구글 창구프로그램을 통해 11월부터 일본 구글애즈의 컨설팅을 진행할 예정이다. 번역은 서울경제진흥원의 지원을 받았다.



윤정하 작당모의 대표
△ 퍼스널 컬러 진단 '잼페이스' 내년 초 일본 출시
△"일본 현지 파트너 찾는 게 성패 가른다"


퍼스널 컬러 진단 서비스 '잼페이스'를 운영하는 작당모의는 내년 1분기 일본 앱 출시를 준비 중이다. 지금까지 360만 건의 누적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잼페이스는 일본 진출을 계기로 아시아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할 방침이다.

윤정하 작당모의 대표는 "일본 내 한국 화장품 인기가 프랑스 화장품을 누르면서 현지 진출하기에 좋은 시기를 만났다"며 "잼페이스는 플랫폼으로서 K뷰티 브랜드를 해외 현지 시장에 알리는 마케팅 창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표는 "앱 서비스는 공장 설비 같은 인프라가 필요한 게 아니기 때문에 해외 진출이 유리한 편"이라며 "특히 국내 화장품 시장은 너무 경쟁적이기 때문에 해외 진출을 당연하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남은 과제는 일본 내 온오프라인 홍보다. 윤 대표는 "일본 기업과 사업 협력을 하려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적절한 파트너를 찾는 게 관건"이라며 "일본에 화장품을 유통하는 한국 제조사와 일본 현지 마케팅을 협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창구 프로그램 5기 '톱3'에 선발된 작당모의는 지난해 중소벤처기업부의 '아기 유니콘'에도 선정됐다.



이상아 블루시그넘 부대표
△ 일상·심리 기록으로 건강관리
△ "벚꽃 테마로 일본 이용자 대거 유입"


개인맞춤형 정신건강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블루시그넘은 일상 기록 앱 '하루콩'과 심리 가이드 앱 '무디'를 운영하고 있다. 2021년 구글플레이가 선정한 올해를 빛낸 일상생활 앱에도 선정됐다.

하루콩은 각국 이용자들이 자발적으로 번역에 참여해 현재 9개 국어로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전체 매출의 80% 이상이 해외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이용자의 80% 이상이 해외 유저다. 지금까지 마케팅 없이 누적 다운로드가 700만건에 달했으며 이중 일본 이용자는 120만건 정도다.

일본은 현지화 장벽이 높다. 이상한 번역이나 문화적 이질감이 있는 앱은 외면 받는다. 이상아 부대표는 "벚꽃 테마를 적용한 적이 있는데 그때 일본 이용자가 대거 유입됐다"며 "일본에서 문화적 요소를 잘 활용해야 이용자의 리텐션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정신과 진료를 받는 것보다 상담이나 명상 앱, 운세 보기를 선호하는 일본 현지 특성상 온라인에서 일상을 기록하고 심리 가이드를 제공하는 시장을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회사는 이미 손익분기점을 달성했다. 이용자들은 5초 정도 광고를 보고 무료로 앱을 이용할 수 있다. 1만5000원 정도의 월간 구독 모델도 국가별로 도입 중이다.

남은 숙제는 리텐션이다. 이 부대표는 "이용자를 계속 플랫폼에 머물고 결제를 유도하는 게 관건"이라며 "연말 처음으로 인플루언서와 협업해 마케팅을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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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한 가지 더

'창구'는 구글과 중소벤처기업부, 창업진흥원이 국내 모바일 앱 게임 스타트업의 상장을 지원하기 위해 2019년 시작한 프로그램이다. 올해 5기까지 총 460개 중소개발사가 참여했다.

올해엔 작년보다 참여기업이 20개 사가 추가돼 총 100개 개발사가 참여했다. 평균 1억3200만원의 사업 자금을 지원하고, 마케팅, 홍보 지원, 해외 진출을 위한 컨설팅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이달 23~25일까지 열린 창구 프로그램 5기 '도쿄 이머전 트립 2023'도 올해 새로 진행한 프로그램이다.


일본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메딜리티(약국 디지털 전환 솔루션 '필아이') △블루시그넘(일상기록앱 '하루콩') △라이프오아시스(언어교환 통화 채팅 '마음')를 비롯해, 본격적으로 일본 공략에 나선 △그루우(반려식물 관리앱) △커넥트아이(임신·출산·육아 헬스케어) △작당모의(퍼스널 컬러 진단 '잼페이스')가 참여했다.

게임 앱 개발사로는 △알로하팩토리(시뮬레이션 게임 개발) △Real Time Games(방치형 게임 개발) △엔돌핀커넥트(캐주얼게임 개발)가 참여했다. △오누이(온라인 학습 '설탭') △아루(여성을 위한 웰니스) △넥스트에디션(캠핑) △부에노컴퍼니(마트 O2O 플랫폼) △더엔젤브릿지(법무사건 매칭)도 향후 일본 시장 진출을 위해 함께했다.

14개 참여 스타트업은 구글 재팬, 일본무역진흥기구(JETRO),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를 방문해 각각 현지 진출을 위한 현지화 전략부터 법인 설립, 광고 홍보, 투자유치 방법 등을 직접 들었다. 아실라, 조라, 대쉬콤 등 일본 스타트업 창업가와 만나 현지 진출을 위한 조언을 듣고 협업 방안도 논의했다.

도쿄=허란 기자 w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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