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0월 24일 17:29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SK그룹에서 배터리 사업을 맡고 있는 SK온이 2000억원어치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일부 미매각을 냈다. 대기업 계열사 후광 효과에도 A급 회사채 투자심리 위축으로 목표 물량 확보에 실패한 것으로 풀이된다.
2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온은 이날 2000억원어치 회사채 수요예측을 진행했다. 2년물 800억원과 3년물 1200억원으로 구성했다. 수요예측 결과 2년물에 650억원, 3년물에 1650억원이 접수됐다. 2년물에서 일부 미매각이 발생했다. 목표 물량을 채우지 못하면서 최대 4000억원까지 증액 발행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SK온은 확보한 자금을 전기차 배터리 생산을 위한 공장 건설 작업 비용으로 투입할 방침이다.
SK온이 국내 회사채 시장에서 자금 조달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SK온은 2021년 10월 1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사업 부문을 물적 분할해 만들어졌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SK온의 신용등급을 ‘A+(안정적)’로 매겼다.
탄탄한 실적 등으로 기대감을 키웠지만 A급 회사채에 대한 투자심리 위축이 수요예측 부진으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국채 금리 불안정성과 중동 분쟁 등으로 회사채 시장에서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현상이 짙어진 탓이다.
재무지표 악화도 발목을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SK온은 6월 말 연결 기준 부채비율 183.4%, 차입금의존도 47.2%를 기록했다. 그동안 전기차 배터리 설비 확장 등에 필요한 유동성 확보에 적극 나서면서 재무지표가 악화한 것으로 관측된다. SK온은 외화채 시장에서 지난 5월 KB국민은행의 보증을 받아 9억달러를 조달하기도 했다.
글로벌 전기차 수요 부진 조짐이 보이는 것도 악영향을 미쳤다. 경기침체에 따른 전기차 수요 둔화로 성장세가 주춤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서다.
자금시장 내 A급 회사채 외면 현상은 연말로 갈수록 심해질 전망이다. 신용등급이 A급인 다우키움그룹의 정보기술(IT) 업체인 다우기술은 지난 19일 차환용 회사채 발행 계획을 철회하기도 했다. 회사채 수요예측을 마친 뒤 철회신고서를 제출한 건 이례적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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