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대표는 아고브에 대한 허위 투자 정보를 퍼뜨려 투자금 수백억원을 받은 의혹을 받고 있다. 아고브는 2020년 11월 정 대표가 이끄는 클럽레어에서 발행한 암호화폐다. 그는 2021년 1월부터 투자자에게 “아고브가 복수의 거래소에 상장하기로 확정됐다”며 투자금을 받았다. 기존 암호화폐 보유자끼리 개인 간 거래(P2P)하는 탈중앙화거래소(DEX)에서 벗어나 빗썸이나 코인원 같은 중앙화거래소(CEX)에 상장될 것이라고 한 것이다. 한 고소인은 “상장되면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높아 정 대표의 말을 믿고 투자했다”며 “하지만 복수의 거래소에 상장된다는 말은 끝내 지켜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또 아고브와 교환할 수 있는 임파워의 유통량을 투자자에게 속인 혐의도 받는다. 임파워는 아고브와 교환할 수 있어 임파워 물량이 많아질수록 아고브와 임파워의 가격 모두 떨어지는 구조다. 고소인들은 “임파워 유통량이 2113만 개라고 말했지만 실제론 6500만 개였다”며 “이 과정에서 투자자를 속이고 4000만 개 이상을 처분해 수익을 올렸다”고 주장했다.
고소인들은 또 정 대표가 지난해 9월부터 두 달 동안 “아고브의 유동성을 늘려야 한다”며 투자자들로부터 암호화폐 이더리움을 투자받아 이를 유용했다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암호화폐업계에서 삼성전자 출신인 성공한 사업가로 알려졌다. 서강대 컴퓨터공학과를 나온 그는 삼성전자 신사업부서에서 일하다 NC소프트로 이직한 뒤 창업에 나섰다.
정 대표가 이름을 날린 계기는 2009년 창업한 스타트업 클럽베닛이다. 클럽베닛은 한정된 회원을 대상으로 명품이나 국내에 들어오지 않은 해외 프리미엄 브랜드 제품을 할인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클럽베닛’은 싱가포르를 포함해 7개 나라에 지사를 두고 있는 ‘리본즈’에 100억원이 넘는 가격에 2013년 팔렸다.
이후 푸드테크 스타트업을 차려 주목받았다. 최현석 오세득 등 유명 셰프가 운영하는 식당에서 사용할 수 있는 암호화폐를 발행하기도 했다. 고소인 측을 대리하는 이재환 법무법인 평안 변호사는 “과거 명품 플랫폼 사업 등으로 성공을 거둔 인물이다 보니 투자자가 많이 모였다”며 “피해 금액은 많게는 1000억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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