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은 지난 23일 서울 남대문로 한은 본관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한은 국정감사에서 정부의 한은 일시차입금 증가 문제를 지적했다. 올해 113조원의 일시차입금 규모는 지난 9년간 일시차입금 평균 34조9000억원의 3.3배에 해당하는 것으로 통화량 변동에 따른 물가 자극이 일어날 수 있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진 의원은 “한 해 보건복지부 예산 규모에 해당하는 정도”라고도 했다. 이에 따른 이자비용이 1500억원에 달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양경숙·정태호 민주당 의원 등도 비슷한 취지로 한은 일시차입금 문제를 언급했다.
국회의원들의 지적 과정에는 정부가 차입금을 상환한 내용은 빠졌기 때문이다. 113조원은 빌린 돈의 누적 합계다. 정부는 60여 차례에 걸쳐 113조원을 한은에서 빌려와 집행했고, 이후 세수가 확보되는 대로 갚았다. 실제 한은의 대출 한도도 100조원을 넘기는 것이 불가능하다. 한은은 통합계정 40조원, 양곡관리특별회계 2조원, 공공자금관리기금 8조원 등 최대 50조원까지만 대출해줄 수 있다.
한은의 통계는 잔액을 기준으로 작성된다. 그렇기 때문에 규모가 31조원(3월)까지 늘었다가 0원(7월)으로 줄어들기도 한다. 한은에 따르면 아직 통계 발표 전인 9월 말 기준으로도 차입금이 모두 상환돼 잔액은 ‘0원’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평잔 기준으로는 5조원 수준”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가 한은의 발권력을 마이너스 통장처럼 사용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차입금이 113조원이 아니라 5조원(평잔 기준)이어서 “다 갚았다”고 해서 괜찮은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선진국에서는 중앙은행이 이 같은 제도를 운용하는 사례가 거의 없다. 홍성국 민주당 의원이 한은으로부터 제출받아 각국 중앙은행법령을 분석한 결과 미국과 영국에서는 중앙은행의 대정부 대출 취급 규정 자체가 없었다. 유럽중앙은행(ECB)과 유로존 소속 20개국 중앙은행은 당좌대출 및 여타 종류의 대출제도를 원천 금지하고 있으며, 일본은 의회의 의결이 있는 경우에만 대출이 가능하다.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위해 이 같은 연결고리를 최대한 끊어두는 것으로 여겨진다.
이 총재도 정부가 한은 차입을 수시로 꺼내 쓰는 마이너스 통장처럼 활용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국감에서 “연속적으로 빌렸을 경우에는 (한은 차입이) 기조적으로 될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며 “그것은 제도의 단점”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저희 입장에서 세수가 한 달 뒤 들어오기 때문에 지금 쓰겠다고 하면 그것(일시 대출)을 하지 말라고 이야기하기가 굉장히 어렵다”며 “국회에서 한도를 정해줘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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