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투 게임이 지금도 너무 재밌다. 60살이 돼도 게임을 즐길 것 같다.”
만 나이로 44세. 불혹을 넘긴 나이에 항저우 아시안게임 e스포츠 부문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노익장’ 게이머는 여전히 게임 이야기에 두 눈이 빛났다. ‘최고령 금메달리스트’로 이름을 알린 스트리트파이터V 국가대표 김관우 선수와 그를 도운 ‘일등 공신’ 강성훈 감독이 24일 한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다. 김 선수는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국내 e스포츠 선수 중 최초로 금메달을 따냈다.
소감을 묻자 두 사람은 모두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김 선수는 “그 순간에는 정말 VR(가상현실) 게임을 하는 것처럼 내 일 같지 않았다”며 “한국에 돌아와 부모님께서 기뻐하시는 모습을 보자 실감이 났다”고 말했다.
김 선수가 출전한 스트리트파이터V는 격투 게임 장르다. 국내에선 비주류에 속한다. 그만큼 대회 규모도 크지 않다. 그렇다 보니 생계유지를 위해 겸업하는 사례가 많다. 그도 게임 개발자로 일하면서 틈틈이 대회에 출전했다. 그는 “격투 게임을 좋아하는 마음 하나로 퇴근하고 남은 시간에 계속 즐기고 연습했다”고 말했다.
금메달 획득의 가장 큰 요인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두 사람 모두 ‘체계적 훈련’을 꼽았다. 김 선수는 “한국e스포츠협회의 지원으로 받은 과학화 훈련이 큰 도움이 됐다”며 “스트레칭, 심리상담 등을 통해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했다.
금메달을 획득했지만 김 선수의 눈은 다음을 향했다. 3년 뒤 열리는 2026 나고야·아이치 아시안게임에도 출전할 것이냐고 묻자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시리즈가 매년 바뀌다 보니 세대교체가 되지 않을까 싶다”면서도 “계속해서 도전할 생각”이라고 의지를 보였다. 강 감독 역시 “(3년 후 아시안게임에서) 김 선수가 한 번 더 최고령 기록을 갈아치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힘을 보탰다.
김 선수의 금메달 소식에 가장 열광한 것은 그와 같은 오락실 향수를 공유하는 30·40세대다. 강 감독은 “실제로 (직장인 기준으로 봤을 때) 차·부장님들이 많이 좋아해 주신다”며 “옛 향수에 많이 공감하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지금도 적지 않은 나이다. 하지만 여전히 게임에 대한 애정은 넘쳐났다. 김 선수는 “워낙 게임을 좋아하다 보니 종목은 바뀌어도 60대에도 게임을 즐기고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강 감독은 “김 선수처럼 비인기 종목에도 엄청난 잠재력을 가진 선수가 많다”며 “e스포츠가 성장하는 만큼 다양성을 위해 비주류 종목에 대한 체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스트리트파이터의 경우 올해 열리는 국제 대회인 캡콤컵 총상금이 13억원에 달할 정도로 북미와 일본에서는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반면 국내에선 대회를 열기 위해 후원자를 찾는 것도 쉽지 않다고 한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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