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영 주바일 신화' 잇는 정의선, 제2중동붐 이끈다

입력 2023-10-24 18:30   수정 2023-10-25 02:24

현대자동차그룹이 경제·산업구조의 대전환을 추진하는 중동에서 첨단 신사업으로 정주영 선대회장의 ‘중동 신화’ 재현에 나섰다. 도로·항만 등 산업 인프라에 이어 전기차, 친환경 수소 에너지, 첨단 플랜트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하는 모습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23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서북부 타북주에 조성 중인 네옴시티의 주거 공간 ‘더 라인’ 구역 내 현대건설 지하터널 건설 현장을 방문했다. 현대건설은 이 구역 하부의 고속·화물철도 운행용 지하터널 12.5㎞ 구간을 시공 중이다.

정 회장은 임직원들에게 “여러분이 자랑스럽다”며 감사를 표했다. 이어 “현대건설이 신용으로 만든 역사를 현대차그룹도 함께 발전시키고, 책임감을 갖고 적극 지원하겠다”며 “무엇보다도 품질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정 회장은 현장 및 협력사 직원의 국내 가족들에게 감사 편지와 함께 격려 선물도 보냈다.


중동은 현대차그룹에 상징적인 지역이다. 정 선대회장은 1970년대 중동에서 초대형 프로젝트를 잇따라 성사시키며 신화의 주역이 됐다. 1976년 ‘20세기 최대 공사’로 불리는 사우디 주바일 산업항을 건설하는 등 중동 붐을 이끌었다. 최근 중동은 글로벌 경기 침체 속에서도 화석연료 이후 시대에 대비해 신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현대차그룹도 중동에서 전기차 등 완성차 생산, 친환경 수소 에너지, 첨단 플랜트 등으로 사업 분야를 확장하고 있다.

정 회장은 지난 22일 현대차와 사우디 국부펀드(PIF)의 ‘반조립제품(CKD) 공장 합작 투자 계약’ 체결식에도 참석했다. 현대차는 사우디 킹 압둘라 경제도시(KAEC)에 전기차를 포함해 연간 5만 대의 자동차를 생산할 수 있는 CKD 합작공장을 건설한다. 현대차그룹은 수소연료전지시스템 기술을 기반으로 사우디 수소 모빌리티 보급 확대에도 기여한다는 계획이다.

중동 주요국에서 대형 첨단 플랜트 수주도 잇따르고 있다.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은 이날 사우디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로부터 3조1000억원 규모의 ‘사우디 자푸라 가스처리시설 프로젝트 2단계’를 수주했다. 현대건설은 지난 6월 아람코가 진행하는 약 6조5000억원의 초대형 석유화학단지 설비 사업 ‘아미랄 프로젝트’ 사업자로도 선정됐다. 한국 기업의 사우디 수주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다. 이를 포함해 중동 5개 국가에서 총 26조3000억원 규모의 23개 건설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현대로템은 지난해 이집트 터널청이 발주한 7557억원 규모의 카이로 2·3호선 전동차 공급 및 현지화 사업을 확보했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수주한 사우디 주아이마 유전의 천연가스 액체 공장 확장 공사 후판 공급을 올해 완료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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