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당무에 복귀하며 '통합' 메시지를 냈지만, 이 대표 강성 지지층은 비명계 의원들을 향한 적개심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지역구 사무실 앞에 협박성 메시지가 담긴 대형 현수막을 걸고, 사무실 안까지 들어가 고성 항의도 벌였다.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원욱 민주당 의원의 지역구 사무실이 있는 경기 화성시 동탄 시내에는 비명계 의원들의 사진과 함께 '민주당 내의 검찰 독재 윤석열의 토착 왜구 당도5 잔당들'이라고 적힌 현수막이 붙었다.
현수막에는 비명계로 분류되는 의원들의 얼굴에 '수박'을 합성한 사진과 함께 '나에게 한 발의 총알이 있다면 왜놈보다 나라와 민주주의를 배신한 매국노를 백번 천번 먼저 처단할 것이다'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사실상 살해 위협을 한 것이다.
이들이 '당도5 (수박) 잔당'으로 지목한 이들은 윤영찬·이원욱·박용진·박광온·설훈·김종민·이상민·송갑석·조응천 의원 등이다. 모두 평소 민주당 지도부를 향해 '쓴소리'를 담당해온 이들이다.
현수막을 붙인 개딸들은 이 의원 지역구 사무실 앞에서 약 30분가량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이원욱 넌 역적이다' '민주당에서 꺼져라' 등이 적힌 팻말을 들고 "동탄을 쪽팔리게 만드는 이원욱은 동탄을 떠나라”, "이원욱이 없어야 민주당이 잘 돌아간다"고 구호를 외쳤다.
시위를 마친 이들은 "당원들이 찾아오면 반겨주고 의견을 들어줘야 한다"며 사무실 안으로 진입해 난동을 부리기도 했다.
이들은 지역구 사무실에서 일하는 보좌진을 향해 "진보 성(향)이 강한 동탄 신도시에서 왜 국힘당 짓거리를 하느냐", "왜 윤석열의 정치 검찰에 협조를 하느냐"고 따졌다.
한 여성은 "당원들이 뽑은 당 대표 사진 하나 없는 게,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냐. 이원욱 이 자식아. 어떻게 사진 한 장이 없냐"며 격분하기도 했다.
이들이 "수박을 깨겠다"며 '지역 사냥'이라고 부르는 이러한 행태는 이미 한 달 이상 지속되고 있다. 개딸들의 공세에 시달려온 윤영찬 의원은 지난 20일 자신의 지역구인 성남 중원에 있는 강성 지지자 A씨를 중앙당에 제소하기도 했다.
A씨는 성남 중원구 일대에 현수막, 천막 등을 설치하고 "윤영찬이 이재명 대표 등에 칼을 꽂고, 본인 선대본부장 등에 칼을 꽂았다"며 윤 의원의 사퇴 등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대다수 비명계 의원들은 개딸들의 '선 넘은' 행보에도 속수무책 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당 안팎에서는 이 대표가 직접 나서서 개딸들에게 '자제령'을 내려야 함에도 침묵을 지키며 폭력을 용인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우리가 뭐라고 한다고 그들이 변하기는 하느냐"며 허탈한 심정을 드러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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