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원장은 “과징금 및 벌금을 부과하는 조치뿐 아니라 기업 또는 어떤 경제적 구조가 있다면 저희가 그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도록 할 것”이라며 “그게 바로 사회 정의이자 국민들이 기대하는 감정에 맞는 것”이라고 했다. 그의 말처럼 주가조작 위법 행위는 엄벌이 마땅하다. 하지만 형사처벌 권한이 없는 금융감독기관 수장의 이런 발언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그의 의지가 강하고 혐의 입증에 자신감이 있다는 의미겠지만 ‘사회 정의’ ‘국민 감정’을 언급하며 사건을 몰아가는 듯한 모습은 전형적인 검찰의 행태를 떠올리게 한다. 그가 특수통 검찰 출신이라 더욱 그렇다. 검찰 송치 후 법원 판단이 필요한 사안인 데다 법인 처벌은 또 다른 문제인 만큼 너무 앞서가는 모양새는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 기업 관련법의 고질인 ‘양벌규정 과잉’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양벌규정이란 대표나 임직원이 법을 위반하면 법인도 함께 처벌하는 것이다. 법인이 범죄 의사와 능력이 있는지 논란은 차치하더라도 단순히 임직원 처벌에 연동해 법인에 형사책임을 부과하는 것은 이중 처벌 문제 등을 야기한다. 무엇보다 국민의 반기업 정서가 커지면서 남발되는 현실이 우려스럽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경제법령 처벌항목 2657개(2019년 기준) 가운데 무려 83%(2205개)가 양벌규정을 담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등 개별법마다 약방의 감초처럼 빠지지 않는다. 다분히 감정적이고 공포를 조장하기 위한 것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 같은 이중 규제는 기업의 투자 의욕을 꺾을 뿐 아니라 한국의 투자 매력도를 떨어뜨린다. 이 원장은 이런 사정을 감안해 향후 언행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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