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金사과 이면에 30년 수입장벽…소비자 선택, 물가도 중요하다

입력 2023-10-25 17:54  

추석 명절이 꽤 지났는데도 사과 도매가격이 크게 떨어지지 않고 있다. 그제 서울 가락시장에서 거래된 특등급 사과(홍로) 10㎏의 경락가격은 6만3000원으로 작년 10월(1만8000원)의 약 3.5배였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도매가 상승분이 소비자가격에 그대로 전가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정부가 물가안정을 위해 농산물 할인쿠폰 등을 통해 판매자가 할인하는 만큼 예산으로 보전해주고 있어서다. 이런 지원에도 전통시장과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사과 10개 평균 가격은 3만원 정도로 1년 전보다 약 8~10% 비싸다.

올해 사과값 급등은 생산량 감소 탓이다. 봄철 개화기 이상고온으로 사과꽃이 일찍 핀 데다, 이후 기온 급락에 따른 냉해까지 겹치면서 한 그루에 달린 열매가 작년에 비해 16%나 줄었다. 그 결과 올해 사과 생산량은 43만5000t으로 작년(56만6000t)보다 20% 이상 감소할 전망이다.

대형마트에서 바나나, 오렌지는 물론 키위 망고 아보카도 파인애플 체리 등 20여 종의 수입 과일을 일상적으로 사 먹을 수 있는 시대다. 그런데 사과 배 등 일부 품목은 예외다. 정부가 동식물위생·검역조치(SPC)에 따라 수입을 제한하고 있다. 과실파리 등 국내에 없는 병해충이 들어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수입이 불가능한 건 아니다. 8단계로 이뤄진 검역당국의 수입위험분석(IRA)을 통과하면 된다. 1993년 이후 미국 독일 뉴질랜드 등 11개국이 사과에 대한 IRA를 신청했지만, 아직 통과한 나라가 없다. 이들 국가가 30년간 이어진 사실상의 비관세 무역장벽을 거두라고 지속해서 우리 정부에 요구하는 배경이다.

재배 농가를 보호하려는 정부 고충을 이해 못할 바 아니다. 하지만 국내 작황에만 사과 수급과 가격을 맡기기보다 일정 정도 시장을 개방하는 방안을 검토할 때가 됐다. 소비자 선택권을 넓히기 위해서도, 탄력적인 물가 대응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수출 효자 품목인 딸기, 포도(샤인머스캣), 배 등 한국산 과일 ‘3총사’는 동남아 미국 대만 중국 등에서 고급 과일로 분류돼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 1억6700만달러어치를 수출했다. 외국산 과일 추가 개방은 한국 과일 수출 확대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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