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소비자에게는 등산복 업체로 널리 알려진, 미국에 본사를 둔 G사는 특수 피복을 만드는 연구개발(R&D) 기반의 제조사다. 이 기업에서는 임직원들의 명함에 부서명이나 직함을 별도로 기재하지 않고 있다. 필요한 현안에 따라 다양한 구성원이 프로젝트 중심으로 협업할 수 있도록 융합형 인재 양성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인재 육성 철학으로 이 기업은 ‘일하기 좋은 기업(GWP)’에 10년 넘게 이름을 올렸고, 구성원들과 기업이 동반 성장하고 있다.
융합적 인재 양성은 의학, 예술, 경영, 환경, 인문학 등과의 다양한 학문적 이종교배를 통해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함으로써 실현될 수 있다. 일례로 최근 국내 대학교에서도 첨단융합학부를 신설해 디지털 헬스케어, 융합 데이터과학, 지속가능 기술, 차세대 지능형반도체, 혁신신약 등의 융합 전공으로 첨단 산업에 필요한 핵심 인재를 육성하고자 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예를 들어 미래 인류 건강을 위해 필요한 웨어러블 디바이스 개발 분야는 의학과 공학 분야의 전문 인력이 협업함으로써 가시적인 성과 창출을 앞당기고 있다. 인재 양성 측면에서는 학문적 순수 혈통을 고수할 때의 장점도 있겠지만, 미래에는 더욱 다양한 분야의 인재가 협업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각기 다른 관점에서 교류할 기회를 확보해 줄 필요가 있다.
우리 사회의 융합형 인재 양성 필요성은 다음과 같이 네 가지로 정리해볼 수 있다. 첫째, 창의성 구현은 여러 위치의 점들을 이어 새로운 선들이 탄생함으로써 실현될 수 있다. 우리 곁에 성큼 다가온 스마트 시티의 개발 분야도 정보기술, 도시계획, 환경과학, 사회과학 등의 관점에서 아우름으로써 더욱 효과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둘째, 혁신적 문제 해결은 단일 분야의 전문가 그룹보다는 융합형 인재의 집단지성을 통해 아이디어를 모으는 것이 효과적이며, 필요한 비즈니스 모델 개발이 활성화될 수 있다.
셋째, 미래 직업 세계의 고용 가능성 측면이다. 단일 분야의 전문 기술 보유도 중요하나, 융합형 인재가 갖춘 학습 민첩성이 점점 더 필요해질 것이다. 진화하는 미래 직업 세계에서 요구되는 역량을 지속적으로 습득할 수 있어야 고용시장에서도 상대적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 넷째, 글로벌 시대에는 다양성과 포용성을 위한 융합적 인재가 필요해질 것이다. 나와 다른 문화적 또는 종교적 배경을 지닌 상대방과의 협업을 모색해야 하는 글로벌 시대에는 융합 인재들의 상대적 포용성이 지구 평화와 인류 발전에 더욱 중요하다.
기업과 기관은 급변하는 시대적 흐름에 발맞춰 경쟁력을 확보하고 성과를 내기 위해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서도 구성원의 리스킬링과 업스킬링에 많은 시간과 예산, 인력을 투자하고 있다. 미래 사회를 주도할 인재 양성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대학도 평생 교육 차원에서 산학 협력을 새롭게 설계할 때다. 학생들이 문제 해결에 도전하고 혁신을 시도하며,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지식과 기술을 터득할 수 있는 교육과정, 실무경험, 연구 기회 등을 확보해줘야 한다.
나와 다른 관점을 가진 상대방과의 협업은 그만큼 불편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비판하고 포기하기보다는, 다양성과 포용성을 기반으로 협업을 시도해야 한다. 이런 융합적 인재로서의 유연성을 유지하는 것이야말로 미래 첨단산업 시대를 준비하는 우리들의 핵심 성공 요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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