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선거구획정위원회는 지난 20일 서울 지역 공청회를 열고 ‘강동 갑·을 선거구 경계 조정’ 안건의 여론을 수렴했다. 강동갑(28만4553명)과 강동을(17만5588명)의 인구 차이가 10만8965명에 이르러 강동갑에 속한 행정동 일부를 강동을로 옮겨야 하게 됐다.
이런 논의는 상당 부분 둔촌주공 입주 지연에 따른 ‘나비효과’다. 당초 둔촌주공은 8월 재건축을 완료해 연말까지 입주를 마칠 예정이었다. 하지만 공사 지연으로 입주가 2025년 1월로 연기되면서 강동갑과 강동을의 인구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둔촌주공이 있던 둔촌1동에는 1만9000명 안팎이 살았지만 재건축으로 대부분 이주해 나가면서 지난달 기준 거주 인구는 62명에 불과하다. 강동구의 한 구의원은 “둔촌주공 재건축을 통해 1만2302가구가 예정대로 입주했다면 ‘강동병’ 선거구가 추가됐을 가능성이 높다”며 “입주가 미뤄지면서 강동갑에서 일부 동을 떼내야 하게 됐다”고 말했다.
선거구 조정이 불가피해지자 지역 정치권은 득실 계산에 분주하다. 강동을로 옮겨갈 것으로 예상되는 강동갑 행정동은 암사1·2동과 길동이다. 암사1·2동은 전통적인 더불어민주당 강세 지역이며 길동은 양당 모두 우위를 주장하고 있는 곳이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암사1·2동이, 민주당으로선 길동이 강동을로 넘어가는 것이 유리하다. 20일 공청회에서도 민주당 측 인사가 길동의 강동을 편입을 제1안으로 내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강동구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강동을은 보수 지지세가 강하던 둔촌1동이 재건축 사업으로 사실상 지워지면서 민주당 강세가 확고해졌다”며 “남은 강동갑의 승패가 중요해진 가운데 선거구 조정이 결과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둔촌주공은 입주 이후에도 강동구 선거에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단일 단지에 3만~4만 명이 거주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강력한 보수 지지 성향을 나타낼 가능성이 높아서다.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정부가 분양 1년 뒤부터 분양권 전매를 허용하는 대책을 내놨지만 민주당의 반대로 실거주 의무를 규정한 법안은 개정되지 않아 입주자들의 불만이 높다”며 “당장 재산상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라 입주자 카페 등에서 민주당을 비판하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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