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외국인 일자리 풍경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1993년 산업연수생 제도를 도입한 이후 30년간 국내 일자리의 한 축을 맡았던 한국계 중국동포가 떠난 자리를 동남아·중앙아시아 출신 근로자가 빠르게 채워가고 있다. 이들 다국적 외국인 근로자는 제조·서비스·농어업목축 등 전 산업에서 ‘실핏줄’ 역할을 하고 있다.
25일 법무부에 따르면 한국에 머무는 외국인은 지난달 말 251만4000명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2021년 말 195만7000명과 비교하면 1년9개월 만에 55만7000명(28.4%) 늘었다. 국내 체류 중국동포는 23만9700명으로 4년 새 29.2% 줄었다. 중국동포가 주로 맡았던 식당 등 서비스 분야와 요양·가사도우미 시장은 최저임금(시간당 9620원)보다 높은 시급(1만3000원)에도 사람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외국인 근로자의 위상도 달라졌다. “사장님 나빠요”로 대표되는 고용주의 부당행위보다 일꾼을 잡기 위해 읍소하는 사장님의 모습이 더 흔한 풍경이 됐다. 불법 체류 외국인은 지난달 말 42만9000명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생산가능인구(15~64세) 급감에 따른 인력난을 외국인 근로자가 메우고 있다고 분석한다. 생산가능인구는 2021년 말 3703만 명에서 올해 말 3637만2000명으로 65만8000명 줄어들 것으로 관측된다. 김규용 충남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건설 분야에서는 인력 부족의 70% 이상을 외국인이 메우고 있다”며 “저출산 심화와 고령화로 앞으로 전 산업에서 이 같은 현상이 벌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우섭/민경진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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