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국적의 절도단이 일본 사찰에서 훔쳐 국내로 반입한 고려시대 불상의 법적 소유권이 일본 사찰에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일본 민법이 규정한 취득시효(20년)가 1973년 이미 완성됐으므로 원소유주의 소유권은 소멸했다는 취지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는 대한불교조계종 부석사가 정부를 상대로 낸 유체동산인도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일본 관음사가 취득시효를 완성해 불상의 소유권을 취득했다”며 이같이 선고했다.
절도단은 2012년 10월 일본 대마도에 있는 관음사에서 금동관음보살좌상을 훔쳐 국내에 밀반입하다가 검거됐다. 절도법들은 유죄 판결을 받았고, 불상은 몰수됐다. 이 불상은 고려 시대인 서기 677년 창건된 ‘서주 부석사’에 봉안됐다가 고려 말 왜구에 의해 약탈당해 일본으로 운반된 것으로 추정된다.
부석사는 “고려시대 서주 부석사의 후신”이라며 정부를 상대로 인도 소송을 냈다. 관음사도 피고보조참가인으로 재판에 참여해 “관음사가 법인격을 취득한 1953년부터 불상을 도둑맞은 2012년 10월경까지 불상을 계속 점유했고, 그 과정에서 취득시효가 완성됐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부석사의 손을 들어줬지만 2심에서 판결이 엇갈렸다. 2심 재판부는 “준거법이 되는 일본 민법에 따를 때 관음사가 이 사건 불상을 시효 취득했다”며 1심 판결을 뒤집었다. 준거법이란 국제적 법률관계에 대해 적용하는 법이다. 관련 법은 점유 취득시효를 판단하기 위한 준거법을 “취득시효 기간이 만료하는 시점에 동산이 소재한 곳의 법”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일본 민법에서 정한 취득시효가 완성될 당시 불상을 소유하고 있던 관음사에 소유권이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2심 판단이 정당하다고 봤다. 대법원은 “불상이 불법 반출됐을 개연성이 있다는 등의 사정만으로는 관음사의 점유권 추정이 번복되지 않는다”며 “문화재에 해당하더라도 점유취득시효 규정의 적용이 배제된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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