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걸 모르면 당신 자리는 사라질 겁니다."
"닷새 만에 가입자가 1000만명을 넘었어요."
26일 오후 서울 삼성동 코엑스. 한 행사장에서 살벌한 경고가 쏟아졌다. 삼성전자 사장과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 전력반도체 대표는 챗GPT를 비롯한 생성형 인공지능(AI)에 대한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드러냈다. AI와 이와 관련한 반도체가 개인은 물론 기업 경쟁력을 가르는 척도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쏟아졌다.
박용인 삼성전자 사장은 전날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25회 반도체대전(SEDEX) 'AI 반도체 혁신, 미래를 연결하는 힘' 주제 키노트 연설에서 "AI가 당신을 대체하지는 않겠지만 AI를 쓰는 사람이 당신을 대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AI 전문가로 통하는 김정호 KASIT 교수는 "생성형AI는 인간 두뇌활동의 효율성을 100배, 1000배 높일 것"이라며 "기업과 개인은 앞으로 생성형AI를 확보했느냐 아니냐 여부에 따라서 미래가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앞으로 생성형AI를 구동하는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가 결혼 혼수품이 될 수 있다"며 "직장도 6000만원을 웃도는 GPU를 보유했는지 여부가 경쟁력의 척도가 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대표 팹리스(반도체 설계업체)인 리벨리온의 박성현 대표는 "챗GPT는 인류 역사상 가장 빠르게 대중화한 서비스"라며 "1000만 가입자를 모으는 데 넷플릭스는 3년 반, 페이스북은 10달, 인스타그램은 두 달 반 걸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챗GPT는 1000만명을 모으는 데 고작 5일에 불과했다"고 덧붙였다.
챗GPT를 비롯한 생성형AI를 운영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도 봤다. 그는 "챗GPT는 연간 전기료로 1조4000억원을 쓴다"며 "구덩이에 현금을 집어 넣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는 "생성형AI를 운영하면서 돈을 버는 곳은 엔비디아뿐"이라며 "엔비디아처럼 GPU 등 인프라를 잡지 못하면 기업들이 AI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구글 아마존 MS 등 서버 담당자의 핵심 평가지표는 엔비디아 제품을 다변화하는 능력"이라며 "엔비디아는 전 세계 AI 가속기의 90%를 장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메모리 시장에서 점유율이 60% 수준"이라며 "엔비디아가 90%를 장악하는 시장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 업체가 이 시장을 장악하는 것을 막으려고 한다"며 "한국은 하드웨어를 잘 만드는 만큼 AI 반도체에서도 잘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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