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서울 국립현충원에서 엄수된 선친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 44주기 추도식에 참석했다. 이 행사에는 중동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직후인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한 여당 지도부가 총출동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보수 대결집'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는 평가가 나오는 대목이다.
이 가운데 자칭, 타칭 '정치 9단'으로 불리는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이 박 전 대통령의 '정치력'에 감탄해 주목된다. 박 전 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역시 박 전 대통령 정치는 윤 대통령, 이명박 전 대통령과 비교할 수 없는 고수?"라고 썼다.
박 전 원장은 먼저 박 전 대통령이 첫 공식 상경을 선친 추도식으로 선택한 것에 혀를 내둘렀다. 그는 "MB처럼 시비를 부르지 않고 자연스럽게 처리했다"고 봤다. 이는 전날 4대강 강천보 걷기 행사에 참석한 이 전 대통령이 취재진들로부터 정치 관련 질문 공세를 받은 것과 이날 박 전 대통령 모습이 대조된다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또 윤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 4박 6일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자마자 현충원을 찾는 모습을 두고 박 전 원장은 "대구·경북(TK) 지지 기반 붕괴의 위협을 느끼고 있는 윤 대통령을 불러내 인사하는 모습을 연출했다"며 "신의 한 수다. 정치는 아무나 하나"라고 높이 평가했다. 실제로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의 이날 행보를 두고 이탈 조짐이 보이는 TK 민심을 다잡는 차원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한편,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선친 추도식에서 "아버지께서 일생을 바쳐 이루고자 했던 잘 사는 나라가 이뤄지고 있는 것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며 "지금 우리 앞에는 여러 어려움이 놓여있다고 하지만, 저는 우리 정부와 국민께서 잘 극복해나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직 대통령으로서 처음 박정희 전 대통령 추도식에 참석한 윤 대통령은 추도사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이 '하면 된다'는 기치로 국민을 하나로 모아 '한강의 기적'이라는 세계사적 위업을 이뤄내셨다"며 "지금 세계적인 복합위기 상황에서 우리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정신과 위업을 다시 새기고 이를 발판으로 다시 도약하는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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