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연이은 악재에 휘청거리며 올 1월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지난 8월 1일 연중 고점(2667.07)과 비교하면 13.7%나 하락했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다시 연 5%대에 근접하면서 외국인 투자심리가 악화한 데다 국내 산업의 기둥인 반도체·배터리 업황 전망도 어두워지면서다. 전문가들은 다음달 있을 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결정과 미국 경제지표 발표 등이 변수가 될 것이라고 했다.
두 지수 모두 연초 수준으로 되돌아가면서 연중 상승분을 대부분 뱉어냈다. 올해 들어 코스피지수는 2차전지주 상승과 반도체 업황 개선 전망으로 연초부터 7월 말까지 18.2% 올랐다. 그러나 9월부터 줄곧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2차전지주 투자심리가 꺾인 데다 중동 정세 불안, 미국 국채 금리 상승 등 악재가 불거지면서다.
미국 채권 금리가 상승하고 환율까지 뛰면서 외국인은 국내 증시를 떠나고 있다. 외국인은 4거래일간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2331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최근 국내외 증시는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오르내리는 데 따라 급등락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며 “최근 시장 불안이 커지면서 패닉셀링이 나와 지수가 더욱 하락한 면도 있다”고 했다.
박형우 SK증권 연구원은 “전기차 수요 둔화가 다수의 제조사로 확대되고 있고, 중국은 흑연 수출 통제를 강화하는 등 악재가 이어지고 있다”며 “미국 자동차 3사의 파업 영향도 2차전지 업황에 마이너스 요소”라고 했다.
반도체 업황 회복이 더뎌질 것이란 전망도 증시 하락을 부채질했다. 이날 SK하이닉스는 3분기 영업손실이 1조7920억원이라고 밝혔다. 직전 분기에 비해 영업손실이 1조901억원 줄었지만 시장 기대치에는 못 미친다는 평가가 나오며 이날 주가가 5.8% 하락했다. HPSP(-12.9%), 동진쎄미켐(-6.17%) 등 반도체 장비주 역시 약세를 보였다. 구글의 클라우드 사업 성장세가 꺾였다는 분석이 나오며 전날 주가가 9% 넘게 하락한 점도 반도체주에 악재로 작용했다.
정 팀장은 “실업률 지표와 FOMC를 거치면서 고금리 장기화가 진짜일지 아닐지가 결정날 것으로 보인다”며 “금리 상단이 뚫려버리면 외국인의 국내 증시 탈출이 더욱 강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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