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9년 3·1운동의 경기 남부 지역 발원지였던 발안만세시장이 서울 이태원에 이은 외국인 밀집 상가 지역이 되고 있다. 발안만세시장의 점포 800여 곳 중 절반가량은 외국인이 주인이거나 외국인을 상대로 장사를 하고 있다. 상점을 소유하고 있는 외국인의 국적만 17개국에 달한다. 베트남, 캄보디아, 태국, 미얀마, 네팔, 방글라데시, 러시아, 키르기스스탄, 카자흐스탄 등 12개국 식당도 성업 중이다.
김동성 발안만세시장상인회 매니저는 “국적의 다양성에서 경기 남부의 외국인 거점이라고 부르기에 손색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날 찾은 발안만세시장에선 오가는 사람의 70~80%가 외국인이었다. 동남·중앙아시아 출신 등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삼삼오오 바구니를 들고 장을 보고 있었다.
식당을 여러 곳 보유한 외국인 ‘사장님’도 많다. 네팔 출신 영주권자인 카트리 카겐드라 사장은 네팔의 국화인 ‘랄리구라스’라는 이름의 식당을 7년 전 열었다. 커리와 네팔식 튀김 만두인 서모스 등을 판매한다. 그는 “네팔, 인도,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사람들이 주로 찾지만 최근엔 한국인 손님도 많이 온다”고 했다. 같은 건물에서 그가 운영하는 당구장은 아시아 근로자들의 ‘사랑방’이다.
건물 한 채가 여러 나라에서 온 사장님들로 채워진 곳도 상당수다. 1층엔 캄보디아 마트인 캄진아가, 2층엔 할랄 레스토랑인 자이툰이 있는 식이다. 발안읍의 사출공장에서 일한다는 뚜야 씨(23·미얀마)는 “미얀마식 빵인 프라타와 쌀국수를 먹을 수 있어 장날이면 시장을 찾는다”며 “같은 쌀국수라고 해도 베트남식, 태국식하고 쓰는 양념과 맛이 다르다”고 말했다. 그가 식사하는 동안 좌판 옆에선 네팔식 모자 토피를 쓴 사람들이 대화를 나눴다. 시장 관계자는 “화성이 넓다 보니 시장 안 행정사 사무실에선 외국인 대상 중고차 거래도 활발하다”고 했다.
시장 한쪽에 있는 대길수산은 각국의 국기가 그려진 간판을 내걸었다. 바닷고기보다는 민물고기를 주로 판매한다. 요즘 시골 장에서도 보기 힘든 가물치, 블루길이 눈에 띄었다. 직원 B씨는 “동남아 사람들이 튀김으로 먹으려고 주로 사간다”며 “봄엔 베트남인들이 좋아한다는 개구리도 판다”고 했다.
30년 시장 터줏대감인 사진관 발안스튜디오 대표 C씨(59)는 “손님의 80~90%는 외국인으로, 주로 신분증용 증명사진이나 가족에게 보낼 사진을 찍는다”며 “발안시장에서 외국인과 어울리다 보니 국적은 신경 쓰지 않게 된 지 오래”라고 말했다.
화성=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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